직업도 나이도 다 제각각…용산 '집단 마약' 추락사 미스터리
현직 경찰관이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사 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비뇨기과 의사 등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을 31일 불러 조사했다. 경찰 출동 당시 현장을 떠난 8명을 포함,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압수수색ㆍ출국금지 등을 한 인원만 현재까지 15명에 달하며 이들의 직업ㆍ거주지ㆍ연령대 등도 제각각이다. 이에 따라 해당 모임의 성격과 추락 원인 등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직업도 거주지도 다른 사람들, 왜 모였을까
사건 발생 당일 현장에는 사망한 경찰관 A씨(경장)와 함께 비뇨기과 의사,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헬스 트레이너와 헤어 디자이너 등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아파트는 서류상 NGO를 운영하는 인물이 거주하고 있다. 직업 뿐 아니라 A씨 등 일부는 거주지도 멀리 떨어져 있고, 연령대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공통분모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최소 16명의 참석자가 지난 26일 밤부터 추락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새벽까지 한 집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현장에 있던 일부 인원은 경찰 조사에서 ‘운동(헬스) 동호회’ 모임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참석자들 중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 응한 5명에게서 필로폰ㆍ케터민ㆍ엑스터시 등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고, 현장에선 주사기와 성분을 알 수 없는 알약 등도 발견됐다. 애초에 마약 투약을 목적으로 모여 ‘집단 마약 파티’를 벌여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모임 참석자의 변호인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지인과 지인들이 엮이고 이어지면서 서로 만나게 된 걸로 안다. 저녁을 먹으면서 만난 사람도 있고, (이태원의) 클럽에서 만난 사람도 있다. 모임 자체는 일회성이었고,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진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가 숨진 27일 이전에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해당 세대에서 발생한 소음 때문에 민원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씨가 추락한 이후 이들의 행적 역시 의혹을 키우고 있다. 현장에 있던 일행 일부는 휴대전화를 숨겼고, 경찰이 도착하기전 서둘러 자리를 떠난 이들도 있다. 게다가 일각에선 과거 해당 모임에 유명 배우 등이 참석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만 변호인은 “그 전까지 민원은 딱 한번 있었다고 한다. 유명 배우도 왔다는 건,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용산경찰서도 해당 모임 참석자들을 잇따라 불러 모임의 성격과 만남 주기 등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7일 함께 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부분을 다 확인하고 있다. 다만 과거 해당 모임에 누가 참여했다든지 하는 풍문을 지금 다 수사할 순 없다. 우선은 현재 일어난 사망 사건과 마약 투약 범죄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소 7명 머물던 집에서 추락사… 죽음 원인도 미궁
A씨의 죽음 원인도 여전히 의문이다. 122.54㎡(약 37평) 크기인 해당 집에는 최소 16명이 드나들었고, A씨 투신 시점에도 7명 이상 현장에 있었음에도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부검 결과 1차 구두소견에서 A씨의 직접 사인은 여러 차례의 둔력에 의한 손상으로 나타났지만, A씨가 추락한 이유와 과정에 대해선 아직 명확히 드러난 바가 없다.
우선 경찰은 A씨가 실수로 창문 밖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해당 아파트의 창문 모양이나 구조상 실족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또한 타살 혐의점도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A씨의 마약 투약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일행들은 “A씨가 갑자기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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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 반응 나온 마약 여러 종…어디서 왔고 어디로 갔을까
이들이 마약을 획득한 경위와 투약 시점 및 횟수, 가지고 있던 마약의 종류 등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모임 참석자들 대부분 마약 유통이나 판매와 별로 관련이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마약만도 필로폰, 케터민과 엑스터시 등 여러 종류였다. 또한 해당 모임이 이날 처음 이뤄진 게 아니라면, 이날은 현장에 없었지만 과거 참석했던 인원들 역시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한 일선 경찰서 마약팀 수사관은 “그 정도 인원이 한 자리에 모여 밤을 새가며 마약을 투약하려고 했다면, 준비한 마약의 양도 상당했을 것”이라며 “중간에 자리를 뜬 인원이 마약을 어딘가 들고 가 숨겼을 가능성, 그리고 유명한 마약 유통업자가 개입돼 있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수사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정민ㆍ이영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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