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장이 '가장 잘한 일'로 꼽은 것, 더 두고 못 보겠다
정치권력이 '돈줄'로 언론을 옥죄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2022년 TBS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를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제작 마비 상황에 직면한 수도권 유일의 공영방송 TBS는 새로운 조례가 없으면 2023년 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시민의 소중한 미디어 자산인 TBS를 이렇게 빼앗길 순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제안으로 언론단체, 마을미디어, 5개 야당 서울시당 등이 모여 제대로 된 공영방송 TBS를 만들기 위한 '주민조례발안운동'을 시작했다. 오는 9월 26일까지 2만 5천 명의 서울시민 서명을 받는 게 1차 목표다. 권력에 빼앗긴 TBS를 주민조례를 통해 시민이 직접 되찾자는 '리셋 TBS', 그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 보려 한다. <편집자말>
[김동원]
▲ <TBS>카메라 기자가 2022년 10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 |
ⓒ 유성호 |
종종 세미나나 토론회에서 지역 관련 글을 발표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서울에 사시는데 지역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한국의 거의 모든 자원이 집중된 서울과 그렇지 못한 다른 지역을 구분한 말이지만, 서울도 행정단위로만 보면 시청과 시의회가 있는 엄연한 '지역'이다. 다만 서울은 '특이한 지역'이다.
서울에는 약 978만 명이 5개 권역 25개의 자치구에 산다. 흔히 서울을 강남과 강북으로 구분하지만 한 자치구 안에서도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게다가 서울시민 대부분은 한 곳에서 오래 살기 어렵다. 교육이나 직장 문제에 부동산 경기로 휘청대는 주거 문제까지 얹히면 잦은 이사는 당연하다 여겨진다.
이렇게 보면 서울은 모자이크와 같은 곳이면서 부유하는 사람들이 진출입을 반복하는, 그래서 장소에 대한 애착(topophilia)를 갖기 어려운 특이한 지역이다. 다만 예외인 사람들은 있다. 자기 집을 가진 건물주나 수십억대 아파트와 주택에 사는 부유층에게 서울은 전혀 다른 도시다.
다른 지역과 같으면서도 다른, 서울의 지방 자치
이렇게 특이한 지역인 서울이니 지방 자치 또한 다른 지역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지역 토착자본이나 관변단체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이들, 또는 오랫동안 풀뿌리 지역운동에 몸 담아 온 이들이 시의원으로 출마하는 일은 드물다. 도리어 서울시 의회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정당의 후광을 등에 업고 중앙정치에 진출하려는 정치신인들의 정거장이 되기 십상이다. 2011년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 무상급식 논란처럼 국회 양당의 대립이 언제라도 시의회로 이식되는 '위로부터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이유다.
이렇게 '특이한 지역 정치'는 서울시민에게 자연스럽게 지역 정치와 서울시 의회에 대한 무관심을 낳는다. 다른 지역이라면 지역 개발과 자본 유치 때문이라도 광역의회 의원들은 지역시민의 견제를 받는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이러한 견제조차 없으며 있다해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이런 특징으로 서울시의원은 다른 지역의 어떤 광역의원들보다 더 자유로우면서 더 여의도 정치에 종속될 수 있는 모순을 갖고 있다.
▲ 지난 1년간 11대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처리한 조례안 목록 |
ⓒ 전국언론노동조합 |
특히 문광위는 서울시가 초안을 마련한 출자출연기관의 출연금(지원금)에 큰 문제 제기 없이 동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관광재단, 서울문화재단, 120다산콜재단 등이 그랬다. 그러나 유독 미디어재단TBS만은 예외였다.
흔히 한국의 지방정부를 가리켜 '단점정부'라고 한다. 지방행정의 책임자인 광역단체장과 광역의회 다수당이 같은 당 소속일 때 쓰는 말이다. 따라서 같은 당 소속인 시장과 시의원들은 견제와 감시보다 협의과 거래의 관계가 되기 쉽다. 그럼에도 유독 TBS 문제에서는 문광위 뿐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김현기 의장까지 나서 서울시장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김현기 의장은 6월 말 서울시가 편성한 TBS 추가경정예산이 문광위에서 부결된 이후인 7월 28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11대 의회가 1년 동안 가장 잘한 일로 TBS조례 폐지를 꼽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둘러싼 TBS의 공정성 논란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에도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뉴스공장> 당시 제작진에 대한 징계부터 교통방송 무용론까지 1년 동안 달라지지 않은 표현을 반복하며 지역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거부하고 있다.
2022년 11월 TBS조례안이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의 일방적인 표결로 가결됐을 때는 국회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리전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나타난 오세훈 시장과 시의회 국민의힘 간 이견은 이해가 어렵다. 서울시는 다른 산하 재단과 동일하게 TBS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시의회의 동의를 구했지만 시의회는 국민의힘 뿐 아니라 의장까지 나서서 단호하게 반대했다. 대개 지자체장과 의회 다수당의 대립은 예산을 둘러싼 권한 다툼이거나 특정 조례 통과를 둘러싼 '거래'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TBS 문제는 이렇게도 이해할 수 없다. 도리어 서울시장과 시의회 국민의힘 간의 정치적 다툼이 아닌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시사보도 프로그램 편성을 당분간 중단하고 지역 보도에 충실하겠다는 TBS의 혁신안이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요구가 서울시와 시의회 국민의힘 간 이견을 좁힐지는 미지수다.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이 생각하는 TBS의 모습이 얼마나 다를지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과 시의회 국민의힘 간 이견은 TBS를 단지 내부 정치의 수단으로 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 TBS 주민조례 서명에 참여할 수 있는 QR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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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인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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