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신생아 암매장' 엄마, 11살 아들 앞에서 범행

생후 일주일 된 딸 텃밭에 암매장 살해
범행 장소에 아들 동행해 '정서적 학대'

7년 전 생후 일주일 된 딸을 텃밭에 암매장해 살해한 친모가 당시 11세였던 아들이 보는 앞에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4)의 변호인은 "공소사실과 증거에 대해 모두 인정한다"며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생후 1주일 된 딸을 텃밭에 암매장해 살해한 40대 친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연녹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수사기관에서는 아들이 범행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는데 법정에선 모두 인정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그는 지난달 7일 영장실질심사 법정에 들어가기 전 "혹시 아들 앞에서 범행하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들 앞에서는 안 그랬다"며 부인한 바 있다. A씨는 국민참여재판이나 배심원 재판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는 2016년 8월 중순 오후 10시에서 11시 사이 경기 김포시의 텃밭에 생후 일주일 된 딸 B양을 암매장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같은 달 7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B양을 낳은 뒤 자신의 의붓아버지 소유 텃밭에 B양을 묻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당시 11살인 아들 C군을 데리고 텃밭까지 택시로 이동했으며, C군이 보는 앞에서 B양을 암매장해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도 받는다. 경찰의 공소사실 낭독에 따르면 A씨는 딸을 암매장한 뒤 위에 덮은 흙을 단단하게 다지려고 직접 땅을 발로 밟았다. 또 그는 이후 범행을 숨기기 위해 B양이 입고 있던 배냇저고리 등을 아궁이에 태우는 등 증거를 인멸하기도 했다.

A씨의 범행은 7년이 지나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미추홀구는 출생신고가 안 된 B양의 행방을 확인하다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A씨는 지난달 5일 긴급 체포됐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암매장 장소로 지목한 텃밭에서 B양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B양을 낳을 당시 남편과 별거 중이었으며, 이후 이혼하고 C군을 혼자서 키웠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원치 않는 임신이었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딸을 양육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