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에 병원 찾은 멕시코 할머니…"뱃속에 죽은 태아가"

MRI로 40주 정도 된 석태아 뱃속에서 발견
복통과 석태아는 관련 없어…"수술 않기로"

멕시코의 한 80대 여성이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40년 전 뱃속에서 죽은 태아를 발견하는 일이 벌어졌다.

35년 간 석태아를 품고 살아온 73세 알제리 여성의 사진. [사진 출처= 더 선 캡처]

30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즈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중서부 두랑고에 거주하는 여성 A씨(84)가 심한 복통을 느껴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다가 40년 전 유산된 40주 정도 된 태아가 아직도 배 속에 있다는 결과를 들었다.

자신의 임신 사실을 모르고 있던 A씨는 "몸속에 죽은 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를 진료한 의사 알레한드로 산체스는 "MRI에 촬영된 태아는 상당히 큰 크기였다"라며 "복중 태아는 이미 미라가 된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A씨의 사례처럼 몸속에서 사망한 태아를 면역 체계가 이물질로 인식하고 태아 주위에 칼슘이 풍부한 벽을 형성해 죽은 태아가 자궁 밖으로 배출되거나 융해되지 않은 채 몸속에서 딱딱하게 굳어 미라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미라화된 태아가 더욱 딱딱하게 석회화된 것을 '석태아'라고 한다.

병원 측은 자궁 외 임신이라 A씨가 임신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궁 외 임신은 수정란이 정상적인 위치에 착상되지 않고 난관이나 난소, 복강, 자궁경부 등에 착상되는 임신을 뜻한다.

A씨가 이날 겪은 심한 복통은 다행히도 단순 배탈이었던 것으로 진단됐다.

다만 병원은 복중 태아의 처리 방안을 고심했다. 일각에서는 미라가 된 태아를 제거하기 위해 수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의료진은 A씨가 고령인 점과 복중 태아가 복통과는 관계가 없다고 판단해 수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산체스 의사는 "할머니가 80대 고령인 점, 40년간 할머니의 건강에 복중 태아가 큰 위협이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수술을 하지 않는 게 할머니를 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왕립의학회지에 따르면 의학 문헌에 기록된 석태아 사례는 10세기부터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290건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한 현상이다.

지난 3월 미국에서는 석태아를 9년간 뱃속에 품고 살아온 50세 여성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이미 배 속에 있던 태아가 사망한 사실을 알았지만, 태아를 죽게 했다는 비난에 시달려 분만하지 않고 그대로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당시 검사에서 장폐색 소견도 보였으나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끝내 조처를 하지 못했고, 결국 심각한 장폐색과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2021년 12월에도 알제리에 거주하던 73세 여성이 뱃속에 7개월 된 석태아를 35년간 품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여성 역시 평소에는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하다가,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검진을 받다가 석태아를 발견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