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첫 차 탄 한덕수 총리 '진심'을 의심하게 만든 장면
[하성태 기자]
한덕수 총리의 올해 첫 민생행보는 146번 새벽 버스 탑승이었다. 한 총리는 지난 1월 2일 오전 4시 5분 146번 첫차를 타고 강남까지 승객들과 동행했다. 146번은 상계동에서 영동대교를 건너 청담동과 강남역 등 강남 한복판을 지나는 버스다. 첫 차를 타고 강남으로 출근하는 청소노동자 등 서민들과 동행하며 민심을 청취하겠다는 취지였다.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146번 버스 15분만 당겨주오"… 韓총리, 서울시장에 전화한 사연>에서 "한 총리가 오랜 '숙원 사업'을 하나 해결했"다며 한덕수의 민생행보를 그야말로 훈훈하고 특별하게 묘사했다.
"추운 날씨에 총리실 직원들이 핫팩을 토끼 모양 포장지로 접어 한 총리와 함께 승객, 기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그저 여느 고위 인사의 판에 박힌 새해 첫 일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날은 조금 달랐다. 버스 안이 한 총리에 환호하는 승객들의 함성으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총리실이 내세운 숙원 사업은 146번 첫 차를 15분 앞당겨 달라는 승객의 민원이었고, 총리실은 한 총리가 즉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민원을 해결했다고 홍보했다. 어떻게 봐도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개봉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6411 버스' 정신을 벤치마킹한 행보라 할 수 있었다. 당시 정의당은 한 총리의 146번 버스 행보를 두고 "정치쇼를 그만두라"며 이렇게 비판한 바 있다.
"노동자가 부지런히 일해도 빚이 늘어나는 사회라면, 그것은 노동자가 더 많이 더 길게 일하지 않아서냐. 더 빨리 운행되는 버스를 타고 더 긴 시간 노동을 하게 하는 것은 기업의 바람이지 총리의 미담이 될 수 없는 일이다(...) 한 총리는 새벽 첫차 6411 버스, 146 버스를 타는 겉모습만 따라 할 것이 아니라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정치, 일하는 사람들을 향한 진심을 배우길 바란다."
▲ 답변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시내버스 요금이 얼마입니까?"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지금 버스 요금이 한 2천…." (한덕수 총리)
"서울시요." (이수진 의원)
"서울시요?" (한덕수 총리)
지난 30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한 총리는 자꾸 말을 얼버무리고 반문을 했다. 서울시내 버스요금이 300원 인상된 것이 불과 보름을 조금 넘긴 지난 13일이다. 꽤나 큰 인상폭이었다. 2023년 새해 벽두부터 146번 버스를 찾는 민생행보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한 총리는 최근 인상된 버스비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이 의원과 한 총리의 정확한 다음 문답은 이랬다.
"1200원이었는데 1500원으로 올랐어요. 좀 알고 계셔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서민들한테는 이 교통비가 되게 심각하지 않습니까? 혹시 택시비도 올랐는데 얼마인지 아세요? (이수진 의원)
"기본요금 기본요금 기본 요금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글쎄요 한 한 천 원쯤 되지 않았나요?" (한덕수 총리)
"3800원에서 4,800원을 올랐습니다. 우리 총리님이 이게 되게 중요한 물가 인상 요인이고 우리 국민들께서 힘들어하시는 부분인데 또 이제 앞으로 또 10개 광역 도시의 택시 기본요금도 26% 인상됐고요. 또 인상을 자제했던 그런 지자체 쪽에도 택시비 인상 예고하고 있고 서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수진 의원)
이 의원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는 버스비와 택시비 인상 관련 강의를 계속해 나갔다. 의원석에서도 헛웃음이 나왔다. 한 총리는 묵묵부답 듣고만 있었다. 택시 기본 요금 1천원은 29년 전인 요금이었다.
국무총리의 '민생 안정' 구호, 신뢰해야 하나
이어지는 질의에서 한 총리는 "제가 택시요금 1000원 이야기를 한 것은 이번에 (택시 기본요금이) 인상되는 것에 대해 보고를 듣고 착각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궁색한 해명이 논란을 더 키웠다. 총리가 기본적인 업무 파악은커녕 총리실 역시 실무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질 만 했다.
올 초 146번 버스 행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한 총리는 '민생 안정'을 취임 첫 일성으로 내세운 바 있다. 취임식 나흘 만인 작년 5월 27일, 한 총리는 첫 민생행보로 새벽 4시 50분 남구로 새벽인력시장을 찾았고, 이 또한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 최근 인상된 버스비도 모르고, 택시 기본요금도 본인이 40대였던 29년 전 요금을 알고 있는 국무총리의 민생 행보를 어떤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한 총리 덕분에 지난 2008년 '버스요금 70원'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정몽준 전 의원의 설화가 소환되는 중이다. 한 총리와 달리 정 전 의원의 해당 발언은 한나라당 당대표 전당대회 도중에 나왔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 총리의 진짜 '민생' 발언은 사실 1년 전 나왔다. 작년 8월 30일 국회에서 여야 줄다리기가 계속됐던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종부세법 개정안 국회 처리를 두고 한 총리는 거대야당인 민주당을 이렇게 압박했다. 이른바 부자들의 민생을 살뜰히 챙기던 국무총리의 맨얼굴이었다.
"민생 하나를 본다면 종부세는 두말없이 오늘 중으로 (처리)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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