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는 없지만…" 르노코리아의 생존법, 가격인하-상품 고급화
[김종철 기자]
▲ 르노코리아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이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르노 익스피리언스> 간담회에서 향후 마케팅 전략 등을 발표하고 있다. |
ⓒ 르노코리아 |
그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1년 전 기자와 만났을때 보다 자신감도 있었다. 르노코리아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이다. 작년 7월 기자가 "'프랑스 본사에서 당신을 왜 한국으로 보냈을까'라고 생각해봤는가"라고 물었을때, 그는 웃으면서 솔직하게 답했다. "한국시장에서 르노가 철수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라고…(관련기사:"문 닫으러 한국 오지 않았다... 친환경차 새 대안 내놓을 것")
그 사이 르노코리아에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삼성'이라는 이름도 빠졌고, 경영진의 대대적인 물갈이 등 조직 혁신도 단행됐다. 홍보와 영업, 마케팅 부문에서 인력 보강도 진행됐다. 현대기아차를비롯해 국내 완성차 업체 뿐 아니라 수입차까지 신차를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에서, 르노코리아의 생존법은 오히려 단순했다. 신차는 없지만,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신차'를 내놓는 것. 그리고 차량 품질과 고객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시장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것.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르노 익스피리언스' 간담회에서 이같은 구상을 펼쳐 보였다. 그는 "한국 시장은 자국 브랜드(현대기아차)가 8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곳"이라며 "독일 등 해외 수입차 브랜드까지 매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시장은 매우 어렵고 힘들지만, 그만큼 좋은 경쟁자들이 많다고 했다. 스테판 사장은"우리만의 무기도 있다"고 했다.
▲ 르노코리아가 <르노 익스피리언스>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르노 시티 로드쇼'가 8월 31일 서울시청 인근 프레스센터 1층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르노 시티 로드쇼'는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 대전, 경기 기흥, 부산 등 전국 5개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
ⓒ 르노코리아 |
그가 내놓은 무기는 준중형급 스포츠다목적자동차(SUV)인 엑스엠3 이테크(XM3 E-tech)를 비롯한 중형급 SUV 큐엠6(QM6), 중형세단 에스엠6(SM6)의 고급화 전략이다. 대신 가격은 오히려 최대 200여만원이나 낮췄다. 차량 품질과 서비스쪽에선 이미 수년동안 경쟁 차종에 앞서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드블레즈 사장은 "XM3 하이브리드는 어떤 전기차와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면서 "국내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XM-3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효율면에서 동급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름 한방울 쓰지도 않고 전기모터로만 시내 주행이 가능할 정도다. 이 때문에 XM-3는 경쟁이 치열한 국내 준중형 SUV 시장에서 나름 선방하고 있는 효자 모델이다. 또 국내보다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시장의 반응이 좋아, 올 상반기 수출로 나간 차량 대수만 4만2760대에 이른다. 전체 수출물량 5만2577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관련기사: [오마이뷰] 르노코리아소형 SUV 하이브리드 XM3가 돌풍 일으키는 이유)
드블레즈 사장은 "XM-3는 가장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 SUV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고객 가운데 66%가 1.6 GTe 모델을 선택하고 있으며, 내부 인포테인먼트와 열선, 통풍 시트를 2열까지 확대하는 등 새로운 차를 고객들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차값도 인스파이어 모델은2680만원이다.
중형 SUV QM6도 르노코리아에선 '스테디셀러 모델'이다. 지난 2019년이후 누적 판매량만 10만대에 이른다. 국내 중형 SUV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천연액화가스(LPG)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차량 트렁크에 혁신적인 도넛 모양의 LPG 탱크 디자인으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최고급모델인 RE의 가격이 3170만원으로 기존보다 195만원 낮췄다. 또 소상공인 등을 위한 QM6 퀘스트 모델도 가격을 기존보다 185만원 낮춘 2495만원으로 내놨다.
▲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준준형 SUV XM3(수출명 아르카나)가 출고와 함께 품질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
ⓒ 김종철 |
게다가 최근 신차에서 볼수있는 원격 시동을 비롯한 각종 안전, 편의 사양도 보강됐다. 가성비를 극대화해 시장에서 제대로 붙어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드블레즈 사장은 "지난 4월부터 서울 강남 등에서 르노 익스피리언스를 시작했다"면서 "현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차량을 소개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오는 9월부터 서울을 비롯해 전국 5개 도시를 다니면서 르노시티 로드쇼를 펼친다고 했다. 180개 넘는 전국 르노코리아 전시장에서도 차량 시승을 비롯한 대대적인 마케팅도 진행된다고 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로 급격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르노코리아 역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신차가 필요하다. 회사쪽에선 현재 진행중인 오로라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빠르면 올 하반기에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내년에 본격적인 출시가 예정돼 있다. 여전히 하이브리드 모델이고, 순수 전기차는 오는 2026년 예정돼 있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기자들도 르노코리아의 향후 신차와 미래 전동화 방향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오로라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 가능성, 르노 본사의 전동화 투자방안 등 이었다.
드블레즈 사장은 자동차업계의 속설을 빗대, 신차의 구체적인 출시 시기와 향후 판매대수 등에 대해선 언급을 꺼렸다. 또 르노 본사의 부산공장에 대한 전기차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말을 아꼈다. 그는 "전체적인 투자 규모는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업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국의 배터리 업체들은 매우 높은 수준에 있으며, 르노 본사와 엘지 등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오로라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배터리 역시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와 구분되며, 국내 업체 뿐 아니라 외국업체 등과의 협력이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드블레즈 사장은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항상 전하는 말로 대신했다.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그의 한국시장 도전기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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