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피셜-급발진, '나는 솔로' 어쩌다 이렇게 됐나

이준목 2023. 8. 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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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SBS Plus, ENA <나는 솔로>

[이준목 기자]

 SBS Plus, ENA <나는 솔로>의 한 장면.
ⓒ SBS Plus, ENA
 
'나솔 유니버스'에 또 하나의 역대급 빌런이 탄생한 것일까. 근거없는 '뇌피셜'로 타인 얘기하기, 감정에 따라 눈물과 분노를 넘나드는 갑작스러운 '급발진', 본인의 뜻대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자 급기야 남탓하는 '내로남불'까지, 한 출연자의 모습이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8월 30일 방영된 SBS Plus, ENA의 연애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솔로> 112화에서는 16기 돌싱특집의 6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돌싱남녀들은 이날 각자 한복을 차려입고 랜덤 커플 데이트를 진행했다.

이미 서로 호감이 있던 현숙(방사선사)과 영식(L사 에너지솔루션 엔지니어)은 서로의 자녀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두 사람은 데이트를 하고 서로에 대한 호감이 더 깊어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숙은 "너무 멋있어 보였다. 결혼하면 진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좀 마음이 기울었다"는 속내를 밝혔다.

영호(S사 디스플레이 엔지니어)와 영자(S전자)는 연애보다는 우애에 가까운 친목을 다지며 서로를 격려했다. 두 사람은 현재 진행중인 16기의 중간 커플 구도를 분석하여 서로를 위한 연애 조언을 건넸다. 영수(트레이너)는 옥순(서양화가)과의 데이트에서 호감을 표시했으나 옥순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친한 오빠 정도의 감정"이라고 밝히며 "데이트 기회가 더 있다면 광수와 하고 싶다"고 온도차이를 드러냈다.

광수(스타트업 CEO)는 영숙(무용강사)과 데이트에 나섰다. 영숙은 광수에게 계속해서 연애에 대한 조언을 늘어놓았다. 원래 옥순에게 호감이 있던 광수는 영숙의 이야기에 급격히 흔들리며 옥순이 변심했다고 착각했다. 어느새 광수는 "옥순이 나한테 확신을 주고서 (마음을) 바꿨잖아.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된다. 이 모든 걸 만든 건 옥순님"이라고 단정하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모든 것이 영숙의 부정확한 '뇌피셜' 때문에 벌어진 오해였다는 것이다. 영숙은 옥순의 정확한 속마음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만 가지고 제멋대로 해석하여 광수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또한 귀가 얇은 광수는 당사자에게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영숙의 이야기만 믿고 혼란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더 큰 소동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차 안에서 활발하게 대화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광수가 "영숙님에 비하면 나는 산전수전이 아니지"라는 말을 꺼내자 갑자기 영숙의 표정이 굳었다.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는 영숙은 타인이 자신의 사연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하여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은 식당으로 들어가 대화를 나눴으나 상황은 점점 꼬였다. 광수는 갑자기 돌변한 영숙이 무엇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여 당황해했고, 스스로 감정이 격해진 영숙은 급기야 눈물까지 흘렸다.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데이트를 이어가던 두 사람은 광수가 또다시 "영숙님만큼 파란만장한 삶은 아니었지만"이라는 실언을 꺼내자 파국으로 치달았다. 폭발한 영숙은 "내가 뭘 잘못했나. 왜 자꾸 사람 상처를 찌르는데요?"라며 분노했고 급기야 데이트를 중단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광수가 사과했지만 영숙은 차갑게 외면하고 혼자 택시를 잡고 숙소로 귀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영숙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구나, 진짜 비참하다"며 씁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혼 사유를 고백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영숙은 '산전수전, 파란만장'같은 단어들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칼로 베이는 만큼 세치 혀로 베이는 게 정말 많이 아프게 남는다"라고 주장했다.

영숙과 광수의 데이트 파국은 솔로나라에서도 새로운 소용돌이를 불러왔다. 숙소에서 다시 마주친 광수가 사과하려고 했지만 영숙은 눈길도 주지 않고 "내 이름 부르지 말라. 숙소에도 오지 말고 아무 것도 이야기할 거 없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야기하지말라"며 자신의 말만 차갑게 쏘아붙이고 외면했다.
 
 SBS Plus, ENA <나는 솔로>의 한 장면.
ⓒ SBS Plus, ENA
 
영숙과 서로 호감이 있던 상철(미국 항공사)은 숙소에서 혼자 들어와 울고있던 영숙을 위로하기 위하여 찾아왔다. 영숙은 상철에게 광수와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은 상철은 "광수님은 고의로 한 게 아니라, (영숙의 상황을) 이해를 못 하고 말했을 것이다. 이 정도로 싸울 일은 아닌 것 같으니 기분을 푸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기분이 더욱 상한 영숙은 "광수님한테 가서 이대로 이야기하시면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빈정거렸다. 상철이 영숙을 위한 술과 안주 심부름을 위하여 잠시 자리를 비우자, 영숙은 "바보 아니야, 그냥 내 편을 들어줬으면 됐는데"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한편 영숙의 데이트 파국 소식이 숙소에도 퍼지면서 여자 출연자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화제로 떠올랐다. 생일을 맞이한 영식을 축하해주기 위하여 남녀 출연자들이 모두 공용 숙소에 모였다.

순자는 영숙에게 다가가 "택시 타고 혼자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을 꺼내며 걱정스러워했다. 그러자 영숙은 정색하며 "누구한테 들었어. 옥순님이 그랬지?"라고 추궁했고 당황한 순자는 무심결에 "맞는거 같다"라고 인정해버렸다. 그러자 영숙은 옥순이 여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오해하여 화를 버럭 내면서 자리를 떠나버렸다.

하지만 영숙의 이야기를 전한 인물은 정숙이었고 옥순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황당해진 옥순은 영숙을 찾아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정숙이 먼저 영숙에게 사과했고, 상철은 영숙이 술을 많이 마셨다며 옥순과의 중재에 나섰다.

영숙은 정숙의 사과는 받았지만, 정작 옥순이 사과를 요구하자 "순자가 옥순 언니한테 들었다고 하더라"며 자신을 오해하게 만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이에 옥순 역시 지지 않고 계속 영숙에게 따졌다. 결국 영숙은 마지못해 옥순에게 사과는 했지만, 그대로 곧장 자리를 떠나 숙소로 돌아버렸고 사람들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상철은 영숙을 달래기 위하여 따라갔다. 단둘만 남게 되자 영숙은 상철에게 "왜 자꾸 나한테 사과하라고 하냐.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라고 화풀이를 하며 본심을 드러냈다. 이어 영숙은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사과를 하냐, 난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는데, 또 내가 술에 취했다고 자꾸 이야기를 하냐"며 울분을 쏟아냈다.

그동안 영숙의 기분을 맞춰주기만 하던 상철도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언니한테 사과하는 게 뭐가 큰 문제인가? 그렇다면 내가 옥순님과 광수님을 같이 욕해줘야하나. 아까 광수님도 내가 보기에는 악의없이 한 이야기였다. 사과할 때는 해야 한다"며 조곤조곤하면서도 소신있게 돌직구를 날렸다.

화가 난 영숙은 "상철아, 여긴 미국 아니고 한국이다. 그만해라 진짜"라고 쏘아붙였고, 상철은 쓴웃음을 지으며 "한국이니까 더 그래야지, 언니한테 동생이 사과도 하고 그래야지"라고 물러서지 않고 응수했다.

결국 영숙은 "우리 가치관이 안 맞는 것 같으니까 그만 이야기하자. 상철님이 어떤 분이고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이번 기회에 잘 알게 되어서 좋았다. 상철님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게 정리가 됐다"며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자 상철은 "그럼 내가 정리가 된 거냐?"라고 확인하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짧았던 썸은 파국을 고했다.

상철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래도 영숙님을 보면 귀엽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섭섭한 게 이야기할 때 본인의 편만 들어주기 원하더라. 합리적으로 풀어줄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제가 보기엔 광수님이 잘못한 게 없었기에 같이 위로도 험담을 해줄 수도 없었다. 신기하고 재밌으면서도 답답하고 안타까웠다"며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반면 영숙은 "허파를 디비는 시간이었다. 상철님이 천불이 나게 하더라. 상철님은 제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 본인도 나중에 '내가 오빤데, 네가 나이가 어리잖아' 이런 이야기가 나올수 있는 분이고 나중에 의견대립이 굉장히 심해질 것 같다. 그래서 이제 제가 먼저 상철님에게 다가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많은 시청자들은 특히 16기 영숙의 극심한 내로남불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회차는 실제로는 한나절도 안 되는 시간의 흐름 동안. 무려 80분에 이르는 방송분량 중 대부분이 한 출연자의 감정 변화에만 철저히 초점이 맞춰진 '영숙 특집'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악의적인 편집이나 생략된 부분이 있어서라고 둘러대기 어려울 만큼 영숙과 광수-옥순-상철과의 대립이나 대화의 전개 내용들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개인의 감정만을 앞세워 타인의 입장이나 감정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언행, 본인은 정작 타인에 대하여 함부로 이야기를 하면서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역대 빌런으로 거론된 출연자들과도 비교되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숙은 방송 이후 개인 SNS에 쏟아지는 누리꾼들의 성토와 비난 여론에 "나는 일반인"이라고 항변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돌싱 특집 출연자들이 전반적으로 개인사와 관련된 구설수가 많다는 것, 또한 자신들의 감정에 집중하기보다는 타인의 감정을 섣불리 속단하거나, 뒷담화를 하는 데 더 치중하며 기수 전체가 '비호감'가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MC들도 이 부분을 지적하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방송은 다음 주에서도 와전된 이야기들이 쌓여서 불러온 오해로 인하여 대혼돈에 빠져버린 솔로나라의 모습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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