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반부 전 영토 점령하라" 총참모부 찾아 남침 거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양국이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 대응해 시작한 전군지휘훈련을 점검하면서 노골적으로 남침을 위협하는 발언을 내놨다. UFS는 물론 자신들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는 한·미·일에 맞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31일 김정은이 지난 2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해 전군지휘훈련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미 양국이 자신들과의 전면전쟁을 가상한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대응해 지난 29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훈련에 대해 "원수들의 불의적인 무력 침공을 격퇴하고 전면적인 반공격으로 이행하여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데 충적 목표를 두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유사시 전선 및 전략 예비포병 이용 계획과 적후전선 형성 계획, 해외 무력 개입 파탄 계획 등 총참모부의 실제적인 작전계획 문건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예비 전력을 포함한 자신들의 전술핵 역량을 총동원해 남측과 전선을 형성하고 미국은 물론 일본에 위치한 유엔후방사령부(후방사)의 증원을 막아 전쟁 주도권을 장악해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영토완정'을 달성하겠다는 취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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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은 두뇌전…철저히 준비해야"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맞서 실시한 자신들의 훈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정은은 전군 지휘관·참모에게 실전 대비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전쟁준비'를 또다시 거론했다.
그는 "현대전은 두뇌전의 대결"이라면서 "전쟁에서의 승패여부는 싸움에 앞서 지휘관의 두뇌에 의해 먼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쟁마당에서 임기응변하는 만능 싸움꾼, 당당한 실력가들로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쟁 초기에 북한군이 공격해야 할 남측 주요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있었다. 김정은은 "초기부터 기를 꺾어놓고 전투 행동에 혼란을 줘야 한다"며 "적들의 중추적인 군사지휘 거점들과 군항과 작전비행장 등 중요 군사대상물들, 사회정치, 경제적 혼란사태를 연발시킬 수 있는 핵심요소들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초강도 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타격수단에 의한 부단한 소탕전과 전선의 공격작전, 적후에서의 배후 교란작전을 복합적으로, 유기적으로 배합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은 이런 전략에 따라 ▶전쟁 발생 시 주도권 확보 문제 ▶적의 반격으로부터 타격수단을 보존하기 위한 대책 ▶ 작전지휘체계와 화력 지휘 통신방식의 전면 갱신 등 차후 작전조직과 지휘, 전쟁 준비에서 과업과 원칙적 요구와 방도를 김정은이 직접 밝혔다고도 전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이 전쟁준비 태세와 군사적 대응방안을 노골적으로 상세하게 언급한 것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전쟁준비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며 "핵심 수단으로 전술핵 타격은 물론 자신들이 가진 막강한 사이버 공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룡대 직접 겨냥하기도
이어 북한은 30일 심야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보도'에서 한·미가 전날 서해 상공에서 미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띄워 연합 공중훈련을 진행한 것을 거론하며 "30일 밤 '대한민국' 군사깡패들의 중요 지휘거점과 작전비행장들을 초토화해버리는 것을 가상한 전술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며 이번 훈련의 취지에 대해 밝혔다.
총참모부는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동 방향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으며, 목표로 삼은 동해상 섬 상공 400m에서 공중폭발시켰다고 주장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도 "전날 오후 11시 40분부터11시 50분까지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2발을 포착했으며, 미사일이 각각 360여㎞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해당 미사일을 폭발시킨 고도를 밝힌 것은 공격대상에 대한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핵공격은 일반적으로 살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중폭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의 영상과 사거리를 통해 볼 때 지대지미사일인 KN-24(북한판 에이태큼스)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남측의 주요 지휘거점과 비행장을 언급한 상황에서 KN-24의 사거리를 감안할 때 계룡대와 같은 군사전략자산에 대한 가상 핵타격 훈련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당 미사일의 비행거리를 고려할 때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는 물론 주한미군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와 청주공항에서 F-35 스텔스기를 운용하고 있는 공군 17전투비행단 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평양 순안공항에서 계룡대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340㎞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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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응 강조한 北, 초조함도
또 총참모부는 "이번 훈련은 적들에게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단호한 응징 의지와 실질적인 보복능력을 명백히 재인식시키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며 "우리 군은 미군과 '대한민국' 군사 깡패들의 경거망동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은 한·미의 정례훈련에 대해 비례 대응 원칙을 거듭 천명하면서 실질적인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한 속내도 읽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직접 나서 '전군지휘훈련'을 '요해(파악)'하면서 작전계획을 비교적 소상히 표출한 것은 한·미·일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며 "강화되는 한·미·일의 대비 능력에 최고 지도자가 직접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임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일의 대북 군사 공조 강화에 대해 북한이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북한은 핵공격보다 재래식 정밀타격무기로 주로 활용되는 미군의 B-1B를 핵전략폭격기로 규정하면서 조바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총참모부가 한·미의 전날 공중훈련을 두고 "이번 훈련은 명백히 공화국(북한)에 대한 핵 선제타격 기도에 따른 것으로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명시한 것도 북한의 초조한 정세 인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편 노동신문을 이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9차 회의를 9월 26일 평양에서 소집한다"며 이와 관련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결정'이 나왔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내달 회의에서 조직문제를 토의하고 장애자권리보장법, 관개법, 공무원법을 심의채택하고 금융부문의 법집행정형을 총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김정은으로부터 "국가 경제를 말아먹었다"며 맹비난을 받은 김덕훈 총리를 비롯한 내각 고위직에 대한 노동당의 검열 결과와 이에 따른 인사 조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영교·이근평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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