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시켜달라"던 시흥동 연인 보복살해범…1심 무기징역
교제 폭력 신고에 앙심을 품고 경찰 조사 직후 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정도성 부장판사)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31)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신상정보 등록 15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3일 전 ‘살인’, ‘살인 계획’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흉기를 준비해 피해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려 했다고 주장했으나 자동차 뒷좌석 바닥에 구겨 넣어 방치했고 피해자는 상당 시간 살아있으면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어간 사실이 인정된다”며 “범행 수법도 잔혹해 죄책이 크고 재범할 위험도 높아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형시켜달라고 주장했으나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사형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사정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결심공판에서 “죄를 지은 내가 나라의 세금으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게 과연 맞느냐”며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씨는 지난 5월 26일 오전 7시 17분쯤 금천구 시흥동 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A(47)씨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A씨의 교제 폭력 신고로 범행 1시간여 전인 오전 6시 11분까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서를 나온 그는 흉기를 챙겨 A씨의 차 뒤에 숨어서 기다리다가 피해자 조사를 마치고 나온 A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는 도주했다가 약 8시간 만인 오후 3시 25분쯤 경기 파주시 야산 공터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김씨의 차량 뒷좌석에서 A씨 시신을 발견했다.
검찰은 김씨가 A씨 신체를 몰래 촬영한 뒤 A씨에게 보내며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실도 확인하고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촬영물등이용협박 혐의를 추가했다. 또 사체유기·감금·상해·재물손괴·폭행 혐의도 적용했다.
재판부는 모든 혐의를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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