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원해" 논란의 '치악산', 시사회장 쫓아온 원주시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 기습시위
"제목 변경하겠다" vs "개봉 중단"
영화 '치악산'이 개봉을 앞두고 강원 원주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영화 측이 기자시사회를 강행하자 원주시 사회단체협회가 현장을 찾아 기습 기자회견을 벌이며 맞섰다.
원주시 사회단체협회는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치악산' 언론시사회에서 "36만 원주 시민을 무시하고 개봉을 강행하는 영화 제작사를 강력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있지도 않은 치악산 토막살인 괴담을 영화 홍보에 이용해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치악산'을 검색하면 '치악산 괴담'과 '치악산 토막살인'이 나오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또 "원주 시민들을 대표하는 단체들의 영화 개봉 반대 성명서 발표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을 홍보와 돈벌이 수단에만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주 시민들의 생계가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목 변경과 같은 원주시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 없는 입장문만 내놓고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영화 개봉을 밀어붙이는 제작사 행태를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협회는 ▲영화 개봉 중단 ▲영화 시사회 일정 전면 취소 ▲영화 제목에서 '치악산' 삭제 등을 요구했다.
영화 '치악산'은 산악바이크 동아리 멤버들이 치악산에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980년대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발견됐고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다는 괴담을 극으로 만들었다.
이날 시사회에서 '치악산'을 연출한 김선웅 감독은 "영화를 기획할 때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 운을 뗐다. 그는 "허구에서 시작한 이야기이다. 유튜브 온라인상에서 수백만건을 기록한 이야기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포 콘텐츠로 받아들여 주시기 바라는 마음이 있다. 괴담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다른 부분의 갈등 관계는 만든 이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도 원주시 시민들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원주시와 갈등을 의식한 듯 김 감독은 "치악산은 단풍이 예쁘게 드는 대한민국의 명산이다. 매년 80만 명의 등산객이 다녀가고, 새로 개설된 둘레길에는 연간 122만명이 찾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명소"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곤지암', '곡성'처럼 상생하면서 또 다른 공포 콘텐츠로 자리 잡아서 명산 치악산과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치악산' 오성일 프로듀서는 기자간담회 직후 "원주시에서 우리가 영화의 제목 변경을 하지 않는다고 오해를 하신 것 같다. 그래서 신뢰를 잃게 된 것 같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좀 더 원활하게 갈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이라도 원활하게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프로듀서는 제목 변경에 대해 "이미 원주시에 변경 가능하다고 공문을 보낸 게 팩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악산'이라는 대사를 빼거나 묵음 처리하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원주시는 아직 피드백이 없다. 제목이 논란이 될 거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영화 수위는 원주시에 미리 이야기해 드렸다. 영화를 보고 나면 수위가 높거나 치악산이 무서워서 못 갈 것 같은 분이 몇 분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저희는 그래서 원주시민을 위한 시사회, 배우들이 치악산 둘레길을 함께 돌면서 홍보 캠페인을 같이 하자고 말씀드렸는데, 아직 수용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연배우 윤균상은 "예상한 상황이 아니어서 이야기를 접하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충분히 오해가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 입장에서 제작사와 원주시가 합의에 있어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화 '치악산'은 비공식 포스터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연출을 맡은 김선웅 감독이 21일 개인 계정에 공유한 비공식 포스터에는 토막 사체가 적나라하게 묘사돼 혐오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관해 김 감독은 "혐오감을 느끼게 됐다면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게시물은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디자인을 하는 걸 좋아한다. 독립영화, 저예산영화를 할 때마다 포스터를 만들어왔다. 해외 영화제에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만들어 페이스북에 일부 공개로 가볍게 올렸다. 어떻게 확산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앞서 원주시 측은 지난 27일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유무형의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치악산 구룡사 신도연합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원주시는 영화의 제목이자 배경이 된 국립공원 치악산을 변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지도 실추, 상권 타격, 모방범죄 우려 등을 이유로 들었다. 치악산이 언급되는 대사를 묵음 처리하거나 삭제하고, 영화 내에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을 가공하였음을 고지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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