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구독 100만→899만…NYT 해결사, 위기의 CNN 갔다

전수진 2023. 8. 3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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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톰슨 전 뉴욕타임스(NYT) 최고경영자(CEO). CNN의 새 수장이 된다. AFP=연합뉴스


미디어의 현재와 미래에 관심이 있다면 모를 수 없는 사람, 마크 톰슨(66). 뉴욕타임스(NYT)의 디지털 유료화를 성공으로 이끈 인물이다. 모두가 박수 칠 때 NYT를 떠났던 그가, 이번엔 CNN의 구원투수로 돌아온다. CNN 모기업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측은 30일(현지시간) "톰슨이 10월 9일 자로 CNN의 CEO로 취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1세기의 NYT는 톰슨 전과 후로 나뉜다. 그가 미국 맨해튼 NYT 본사에 CEO로 첫 출근한 건 2012년. NYT가 디지털 유료화라는 대장정을 시작하기 위해 고민이 많았던 때였다. 그는 재임 중 한 인터뷰에서 “디지털 유료화가 쉽진 않지만, 더 스마트한 방식으로, 이미 갖고 있는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길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고, 실제로 데이터 분석 전문가 및 디지털 제작 관련 인력을 보충했다. 그는 2015년 중앙일보 창간 50주년 중앙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종이 신문 사업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사업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CNN은 최근 시청률 부진과 우왕좌왕 리더십 등 내우외환을 겪어왔다. AP=연합뉴스


긴 호흡으로 유료화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의 해피엔딩이다. 2015년 10월까지만 해도 100만 수준이었던 NYT의 디지털 유료 구독자 수는 올해 5월 기준 NYT의 발표에 따르면 약 899만을 기록했다. 톰슨 CEO가 세웠던 목표인 2025년까지 1000만 달성에 성큼 다가선 숫자다. NYT의 종이신문 구독자는 5월 발표에 따르면 71만명이다. 전체 구독자 중 92.6%가 디지털 유료 구독자인 셈이다. 그의 재직 중 NYT 주가는 400% 상승했다. 톰슨은 NYT를 디지털 궤도에 안착시킨 후인 2020년, “새로운 일을 찾고 싶다”며 자진 사퇴했다.

그가 찾은 새로운 미션은 CNN이다. CNN은 최근 수년간 위기의 수렁 속에서 분투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며 반(反) 트럼프 매체로서 위상은 굳혔지만, 그 결과 언론매체로서의 공신력엔 금이 갔다. 시청률 집계 업체 닐슨에 따르면 미국 방송 매체 중 최근 시청률 부동의 1위는 친(親) 트럼프 매체로 분류되는 폭스뉴스다. CNN은 2위마저 MSNBC에 빼앗겼다. 여기에다 스타 앵커들이 구설에 오르며 하차하고, 리더십에 대한 내부 반발이 이는 등,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톰슨이 등장하는 것.
제아무리 NYT의 디지털 전성기를 이끈 톰슨이라고 해도, 신문과 방송은 다르지 않으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사실 톰슨에겐 금의환향에 가깝다. 그는 원래 방송인이었다. 영국인인 톰슨은 1979년 BBC에 프로듀서 인턴으로 입사하며 언론계에 발을 들였다. BBC는 그가 2002년까지, 23년간 몸담은 친정 격이다. BBC에선 방송 총괄 책임자까지 올랐고, 2002년 영국의 방송사 채널4로 스카우트됐다.

뉴욕타임스(NYT)의 뉴욕 맨해튼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그가 BBC에서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당시 톰슨의 리더십에 대해선 비판도 많았다. 특히 그가 일부 과학 및 미술 교양 관련 프로그램에 긴축 기조를 반영하면서 "엉망진창"(토니 파머, 영화인) "겁쟁이"(로버트 윈스턴, 방송인)라는 비판이 영국 내 명망 있는 문화인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CNN과 톰슨은 어떤 인연이 될까. 우선 그가 NYT에서처럼 디지털 혁신을 우선할 것인지, 또는 CNN의 방송 콘텐트 제작에 주력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로이터통신은 31일 "톰슨이 CNN의 브랜드를 (디지털로) 확장하는 데 집중할 것인지 혹은 전통적 의미에서의 방송의 핵심인 제작을 우선할지 아직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일단 톰슨이 던진 주사위의 타이밍은 나쁘지 않다. 보도 방송의 꽃인 대통령 선거가 목전이어서다. 대선 후보들 토론회 중계 등은 그에겐 유리한 고지일 수 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마크는 디지털 시대 격변의 시기에서 가장 존중받는 매체들을 만들어냈다"며 "진정한 혁신가인 그에게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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