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잠실] 염경엽 감독 "민재 도루왕 해냈으면…타이틀이 곧 팀·선수의 가치"
차승윤 2023. 8. 31. 16:55
"신민재가 도루왕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도록 돕고 싶다."
염경엽 LG 감독의 역작, 2루수 신민재가 올 시즌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신민재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30도루 고지에 올랐다. LG 소속으로 단일 시즌 30도루에 오른 건 지난 2013년 오지환(30도루)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도루왕 수상 역시 유력하다. 2위 정수빈(두산 베어스)과 4개 차이, 공동 3위 김혜성(키움 히어로즈) 박찬호(KIA 타이거즈)와는 8개나 차이 난다.
신민재는 꽃길을 걸었던 선수가 아니다. 지난 2015년 인천고를 졸업했을 때 프로 구단에 지명받지 못했다. 171㎝ 67㎏에 불과한 그의 잠재력을 프로 구단들이 믿지 못했다. 결국 두산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으나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7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한 그는 2019년에야 처음으로 1군 선수가 됐다. 주전이 아닌 대주자였다.
1군 데뷔 후에도 무명의 시간은 길었다. 올해 역시 처음 주어진 역할은 대주자였다. 첫 타석이 개막 후 한 달 가까이 지난 4월 28일이었다. 하지만 제한된 기회 속에 조금씩 결과를 냈고, 타율 3할을 넘나드는 타격을 보여주자 염경엽 감독도 조금씩 선발 2루수로 기회를 부여했다.
경쟁을 뚫고 얻어낸 주전 2루수 자리. 이제는 그 이상도 노려볼 수 있는 시즌이다. 시즌 종료까지 40일 안팎이 남은 가운데 타율 0.319 30도루(11실패) 출루율 0.368을 기록 중이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0.371에 달한다. 아직 확고한 올스타급 주전 2루수라고 평가할 수 없으나 비율 성적에 도루에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규정타석에 들 순 없지만, 도루왕 타이틀이 있다면 시즌 후 열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도 후보로 오를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은 3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민재가 도루왕을 했으면 좋겠다. 또 그렇게 되도록 해주고 싶다"며 "우리 팀에서 하나라도 많은 타이틀을 따면 좋겠다. 그게 우리 팀의 가치고, 우리 선수들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자신이 목표한 걸 달성하게끔 돕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농담 섞인 어조로 "골든글러브도 한 번 받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물론 올해 신민재의 골든글러브 수상 가능성은 낮다. 2루수에는 타율 0.325 22도루 88득점을 기록 중인 김혜성을 필두로 뛰어난 야수들이 많아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한 신민재의 경쟁력이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내년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풀타임이 아닌 신민재가 도루왕이라면, 풀타임 신민재는 50도루 그 이상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신민재의 질주는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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