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어려운데 곳간 죄는 정부…IMF도 "재정 긴축 필요한 때"
정부가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이후 여‧야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도 지출 증가율을 재정통계를 확립한 2005년 이후 최저인 2.8%로 잡으면서다. 이른바 ‘긴축 예산’이다.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나라 씀씀이를 죄는 것을 놓고 야당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온다.
31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 예산안을 놓고 “저성장 경기침체에 고통을 국민에게 떠넘겼다”며 “내년도 예산 지출 증가율을 6% 이상 늘려서 다시 제출하라”고 말했다. 내년에 총선까지 앞둔 만큼 예산안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확장 재정에 대한 요구가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정 긴축 필요한 때” 강조한 IMF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 지출로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재정 목표를 사실상 배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재정 방향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제언과 맞아떨어진다. IMF는 지난 4월 ‘재정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긴축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IMF는 “긴축 재정 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중앙은행의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재정이 엇박자를 내면 안 된다는 의미다. 지출을 조이지 않으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물가상승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경우 통화·재정당국의 정책 대응 기조 역시 길어지기 때문이다.
2017년 말 660조2000억원이었던 한국의 국가채무는 확장재정을 펼친 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지난해 말 1068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5년 새 400조원 넘게 증가해 빚을 더 낼 여력이 줄었다. IMF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나랏빚이 대폭 늘어난 만큼 향후 위기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재정 여력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재정을 풀기보단 조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 것이다.
미국은 지출동결VS삭감 논쟁
미국에선 내년도 예산의 동결과 삭감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확장 재정은 애초 논의 대상이 아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매카시 하원 의장은 내년도 지출을 국방예산을 제외하곤 2023 회계연도 수준으로 동결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공화당 강경파는 정부 지출을 더욱 줄여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들이 지출을 2022 회계연도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내에선 예산 합의 불발로 인한 ‘셧다운’ 우려마저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긴축 재정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 둔화의 이유가 국제 무역이 가라앉으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줄어든 것 때문인데 사실상 재정으로 이를 부양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수와 고용이 그나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더 투입하는 건 효과적이지도 않고 인플레이션만 자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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