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엘보’ 차부품 조립공, 산업재해 인정?… ‘추정의 원칙’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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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취미로 골프를 시작한 30대 A씨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부품 조립라인에서 일한다.
3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산재 예방 촉진을 위한 직업병 인정기준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김수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의학적 근거 없이 편의적 방법으로 만들어진 근골격계 질병 추정의 원칙이 산재 판정의 공정성 저해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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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취미로 골프를 시작한 30대 A씨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부품 조립라인에서 일한다. 그는 일주일에 서너 번 골프 연습을 하다 팔꿈치 내상과염, 이른바 ‘골프 엘보’를 앓았다. 작업 순환 등의 조치로 일할 때 신체에 부담이 크지 않고 개인 취미활동에 따른 발병 소지가 높지만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면 현장조사를 생략하고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99% 이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조선업 용접공 B씨는 용접 업무를 하지 않고 수년 동안 관리·감독 직무만 수행한 40대 작업반장인데 어깨 회전근개 파열을 겪었다. 작업 중 어깨 부위에 신체적 부담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산재로 인정받을 공산이 큰 경우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근골격계 질병 ‘추정의 원칙’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을 낳고 있다. 추정의 원칙은 특정 업종 및 직종, 근무 기간, 적용 상병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근골격계 질병 산재 신청 건에 대해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걸 말한다.
3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산재 예방 촉진을 위한 직업병 인정기준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김수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의학적 근거 없이 편의적 방법으로 만들어진 근골격계 질병 추정의 원칙이 산재 판정의 공정성 저해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 요건만 규정하다 보니 자동화 공장에서 관리·감독 위주로 근무한 작업자, 경기침체로 수년간 단축 근무한 작업자 등도 실제 근로 강도와 상관없이 ‘프리패스’(free-pass) 식으로 인정해 문제라는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 ‘쉽게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무분별한 산재 신청 흐름도 나타난다. 근골격계 질병 산재 처리기간은 지난해 108.2일에서 올해 6월 현재 134.5일로 늘어났다. 2016년 5000여건이었던 신청 건수는 2021년부터 1만2000건을 웃돈다.
문진영 인하대 교수는 “추정의 원칙은 다빈도 산재 신청 업종 및 직종, 상병을 선정했다고 말하지만 실제 내용은 연간 10건 안팎으로 산재 신청한 직종에 불과하다. 분석한 표본도 3년치 데이터에 불과해 통계학적으로 타당한 분석이라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퇴행성 질환과의 구분이 불가능해져 산재 신청이 몰리고 부정수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산재보험 직업병 인정기준 개정 건의서를 작성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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