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독한 아버지에 간 내준 고2 아들…"아빠 살리는 게 더 중요"

이명환 2023. 8. 3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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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간경화를 앓는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한 사연이 전해졌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오랜 기간 투병 중인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자신의 간을 기증했다고 31일 전했다.

간 이식은 크게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으로 나뉘는데, 국내에서는 뇌사자 기증이 드물기 때문에 가족 중 공여자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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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산병원, 이달 초 이식수술 진행
"당연히 기증해야 한다고 생각해"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간경화를 앓는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한 사연이 전해졌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오랜 기간 투병 중인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자신의 간을 기증했다고 31일 전했다. 장기이식코디네이터인 김예지 간호사, 간담췌외과 김상진 교수, 이모씨 부자. (왼쪽부터) [사진제공=고려대 안산병원]

고려대 안산병원은 오랜 기간 투병 중인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자신의 간을 기증했다고 31일 전했다. 병원은 지난 9일 부자간 생체 간 이식 수술을 진행했고, 수술 결과가 좋아 환자와 아들 모두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9살 남성 이모씨는 2015년부터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를 앓고 있었다. 집 근처 병원에 다니며 약을 복용하다가 증상이 악화해 2019년에는 피를 토하는 증상을 보였고, 고대안산병원에서 진료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에는 간암까지 발병해 간 이식을 고려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간을 기증할 공여자를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간 이식은 크게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으로 나뉘는데, 국내에서는 뇌사자 기증이 드물기 때문에 가족 중 공여자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다. 이 경우 성인 보호자가 대상자가 되지만, 맨 처음 검사를 받았던 환자의 배우자는 간의 크기가 작아 공여가 어려웠다. 환자의 여동생 역시 B형 간염을 앓아 공여가 불가했고, 첫째 아들도 기흉으로 기증이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은 이 씨의 둘째 아들 이모군이었다.

이군은 만 16세로 법적으로는 간 기증이 가능한 나이였다. 국내에서는 만 16세 이상인 경우에만 간 이식 공여가 가능하다. 다만 나이가 어린 만큼 수술에 따른 위험성이 컸다. 의료진들은 이 군이 만 17~18세가 되는 때까지 기다린 후에 이식을 진행하는 차선책도 고려했다. 하지만 이씨의 상태가 위독했고 무엇보다 간을 기증하겠다는 이 군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병원은 전했다.

고대안산병원 간이식 수술팀은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한 뒤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아들의 간 일부를 간담췌외과 김상진 교수가 적출했고, 이어서 한형준 교수가 아들의 간을 환자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아들은 빠르게 회복해 11일 만에 퇴원했다. 이씨 역시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군은 "가족 중 유일하게 내가 아빠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연히 간을 기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수술을 받는 것이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아빠를 살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들이 너무 고맙고 기특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간 기증 수술을 받느라 중요한 시기에 입원해서 아들의 학업에 지장을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이식 수술을 집도한 한형준 교수는 "환자는 간경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로 내원했고, 계속된 치료에도 간암 재발의 위험이 있어 이식이 불가피했다"며 "수술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 만큼 환자와 기증자 모두 건강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향후 진료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고려대의료원은 2018년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까지 3개 병원을 아우르는 통합간이식 진료팀(LT-KURE)을 출범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인력 부족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물론 개별 병원의 강점과 수술 노하우가 더해져 높은 생체 간 이식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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