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사실이라면, 어느 군인이 이런 대통령 따르겠는가

박성우 2023. 8. 3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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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스트레이트> 가 입수한 '수사 진행 경과' 문건에 따르면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며 했다는 발언이 나오는데 이렇다.

윤 대통령 발언이 사실이라면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에 왜 임 사단장은 해당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오직 윤 대통령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발언 내용 대로라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사건은 정말로 사단장이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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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 발언 사실이라면 대통령에게 '이런 일'이란 무엇인가

[박성우 기자]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 MBC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문건에 따르면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며 한 발언이다. 문건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오전 대통령 주관 대통령실 회의 당시 안보실 국방보좌관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격노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Youtube 갈무리
 
MBC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수사 진행 경과' 문건에 따르면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며 했다는 발언이 나오는데 이렇다.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

MBC가 보도한 문건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오전 대통령 주관 대통령실 회의 당시 안보실 국방보좌관이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격노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엄정한 수사에서 사단장은 제외된 이유

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수사 개입이자 월권 행위다. 

지난 16일 JTBC가 보도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임성근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네 가지로 1) 실종자 수색이 주요 임무임에도 뒤늦게 전파 2) 구명조끼 등 안전대책 지시하지 않음 3) 수색에 필요한 준비 사항 조치 미흡 4) 복장 통일 등만 지시 등이다.  

이러한 혐의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경찰 수사에 맡기면 된다. 그런데 국방부는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임 사단장을 포함한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한 뒤 이를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을 때 장관이 결재까지 하고 나서는 이를 번복했다. 이후 박 대령은 보직해임되고 국방부 검찰단에 항명 혐의로 입건되었다.

대체 무엇이 항명인가. 박 대령은 자신의 입장문에서 쓴 것처럼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다. 대한민국 군인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시를 따른 것이 항명이란 얘긴가. 아니면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에서 사단장은 제외되어야 할 부득이할 이유라도 있는가.

윤 대통령 발언이 사실이라면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에 왜 임 사단장은 해당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오직 윤 대통령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 됐든 대통령의 지시를 믿고 따른 박 대령은 물론이거니와 이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스무 살 장병이 죽었는데 '이런 일...'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채 상병 영결식에서 한 해병대원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주저앉아 있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께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2023.7.22
ⓒ 연합뉴스
 
더 나아가 발언 내용 중 '이런 일'이란 말도 문제다. '이런 일'이란 무엇인가. 이제 겨우 스무 살 먹은 장병이 급류에 휩쓸려 명을 달리했다. 10년 만에 시험관 수술로 얻은 늦둥이였다. 물살이 강해 장갑차마저 철수한 강에 그 흔한 구명조끼조차 입지 못한 채 맨몸으로 들어가 실종자를 수색하다 참변을 당했다.

사단장은 안전에 대한 말은 일언반구조차 없이 복장만 단속시켰다. 사단장이 수해 현장의 간부들로부터 수중 수색 보고를 받고도 현장 간부들에게 더 적극적인 수색을 압박했다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이제는 구속영장까지 청구되었다.

발언 내용 대로라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사건은 정말로 사단장이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할 일인가. 무리한 명령에 의해 잃은 장병의 목숨 따윈 사단장직에 비하면 전혀 중하지 않은 '이런 일'에 불과한가.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느 장병이 이런 대통령을 믿고 나라를 지키려 할까.

지난 8일 윤 대통령은 "장병들의 정신 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싸워서 이기는 강군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장병들이 확고한 대적관과 국가관, 군인정신으로 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장병의 목숨조차 쉬이 여기며 장병들의 정신 전력을 무너뜨리는 자는 누구인가. 군인정신에 따라 성역 없이 수사한 박정훈 대령을 항명이라며 구속하려는 자들은 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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