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학살 외면한 日정부에 도쿄신문 “역사 직시하라”

이정헌 2023. 8. 3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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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신문이 1923년 관동대지진에서 자행된 조선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자국 정부를 향해 "부정적인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면 비판을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31일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이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동대지진 당시 자국민에 의한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발언에 대해 "평론을 피하는 모양새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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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일본 지바현 후나바시 마고메 영원(靈園)에 있는 관동대지진 희생동포 위령비. 1947년 세워졌다가 1963년 이전됐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관련 비석 가운데 크고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일본 도쿄신문이 1923년 관동대지진에서 자행된 조선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자국 정부를 향해 “부정적인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면 비판을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31일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이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동대지진 당시 자국민에 의한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발언에 대해 “평론을 피하는 모양새였다”고 비판했다.

마쓰노 장관은 지난 30일 ‘관동대지진 당시 유언비어로 많은 조선인이 일본 군·경·자경단에 의해 살해된 것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부 조사에 한정한다면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마쓰노 장관이 ‘조선인 학살’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추가 조사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도쿄신문은 마쓰노 장관의 발언이 지난 5월 다니 고이치 국가공안위원장이 국회에서 보인 자세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다니 위원장은 관동대지진에서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 추가 조사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 중앙방재회의가 2009년 “학살이라는 표현이 타당하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마쓰노 장관이 ‘반성’과 ‘교훈’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며 “사실을 의문시하거나 부정하는 말이 끊이지 않아 역사 왜곡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마쓰노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도 도쿄신문 기자와 공방을 벌였다.

도쿄신문 기자는 “정부에 보관된 문서 중에 내무성이 조선인이 각지에서 방화를 한다고 기재한 전신문이 있다. 내각부 홈페이지에도 관동대지진 당시 살상의 대상이 된 조선인이 가장 많았다는 기술이 있다”고 증거를 제시하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할 기록이 없다는 발언의 의미를 모르겠다. 조선인 학살이 없었다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마쓰노 장관은 “중앙방재회의 산하 전문가 조사회가 정리한 보고서에서 해당 기술은 전문가가 집필한 것으로 정부의 견해를 나타낸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무성의 전신문도 알고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 정부 내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범죄는 일본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학살 범죄 사실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관동대지진은 일본 관동(일본명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발생한 진도 7.9의 재난이다. 10만여명이 사망했고, 200만여명이 집을 잃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인들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한다’ 같은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증오 범죄를 저질렀다. 이 소문은 결국 6000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과 800여명의 중국인에 대한 살해로 이어졌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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