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은퇴→ 출산' 보즈니아키의 화려한 코트 복귀
세계랭킹 1위, 은퇴, 출산 그리고 화려한 코트 복귀.
이 모든 것을 해낸 테니스 선수가 있다.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 후보를 꺾고 3회전에 진출한 '엄마 선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33·덴마크·세계 627위)의 얘기다. 보즈니아키는 3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2회전에서 세계랭킹 11위의 강호 페트라 크비토바(체코)를 2-0(7-5 7-6〈7-5〉)으로 완파했다. 크비토바는 두 차례(윔블던 2011, 14년 우승)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을 보유한 실력자다. 로이터는 "보즈니아키의 승리는 이변"이라고 보도했다. 보즈니아키는 9월 2일 제니퍼 브래디(세계 368위·미국)와 4회전 진출을 다툰다.
이로써 보즈니아키는 은퇴 직전 출전했던 2019 US오픈 이후 다시 한번 대회 3회전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렸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앞세우기보단 날카로운 투핸드 백핸드를 활용한 수비형 플레이로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는 모습은 마치 전성기 시절의 보즈니아키를 보는 것 같았다. 보즈니아키는 1회전에선 타티아나 프로조로바(세계 227위·러시아)를 2-0(6-3 6-2)으로 제압했다.
2005년 프로에 입문한 보즈니아키는 2010년 처음 세계 1위에 올랐다. 현역 시절 71주 동안 세계 1위로 군림했다. 2018년 호주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에서 우승했고,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에서는 통산 30회 우승했다. 세리나 윌리엄스(43)를 이을 차세대 '테니스 여제'로 꼽혔다.
하지만 2019년 6월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인 데이비드 리(40·미국)와 결혼하면서 보즈니아키는 29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를 결심했다. 28세 때부터 앓은 류머티즘성 관절염이 악화한 데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했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호주오픈 3회전에서 탈락하며 코트를 떠났다. 이듬해 6월 딸 올리비아, 2022년 10월엔 아들 제임스를 출산했다.
그러다 지난 6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 3년 사이에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아이들에게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했다"고 현역 복귀 알렸다.
33세에 돌아온 보즈니아키는 지난 9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내셔널뱅크 오픈 단식 1회전에서 킴벌리 버렐(당시 세계 115위·호주)을 2-0(6-2 6-2)으로 제압하며 3년 7개월 만의 승리를 거뒀다. 정식 랭킹이 없어 이 대회에 와일드 카드(wild card)를 받고 출전했다.
보즈니아키는 "아이 둘을 출산한 뒤에도 많은 관중 앞에서 다시 경기해 기쁘다. 꿈이 현실이 된 것 같다"면서 "3년 전까지만 해도 다신 US오픈에서 경기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다시 돌아온 데다 세계 11위를 이긴 기분은 무척 특별하다. 뉴욕을 사랑하고, 이곳에서 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남자부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세계 128위 도미니크 스트리커(스위스)가 7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를 4시간 4분 승부 끝에 3-2(7-5 6-7〈2-7〉 6-7〈5-7〉 7-6〈8-6〉 6-3)로 꺾고 단식 3회전에 진출했다. 2002년생으로 21살인 스트리커가 메이저 대회 3회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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