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발 못 뗀 北 인권재단…통일부 "이사 조속히 추천해달라"
"북한인권법이 원활히 이행되지 못하면서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 업무도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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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정 7년째인데…
31일 통일부는 전날 공문 발송 사실을 밝히며 "2016년부터 12번째 국회에 추천을 요청하고 있고, 다음달 4일이면 북한인권법이 제정·시행된 지 7년이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통일부는 2016년 4회, 2017년 1회, 2018년 3회, 2019년 1회, 2020년 1회, 지난해 1회에 걸쳐 국회에 요청 공문을 보냈다.
그러면서 "2016년 3월 국회 본회의에서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통과된 북한인권법은 초당적 합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며 "국회가 우리의 동포인 북한 주민들이 처한 열악한 인권 상황을 상기해 재단 이사와 자문위원을 조속히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7년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근거한다. 설립 목적은 ▶북한인권 실태 조사 ▶남북인권대화와 인도적 지원 등 연구·정책 개발 수행이다.
문제는 재단 이사진을 여야 동수로 추천하도록 규정한 데서 비롯됐다. 12명 이내로 구성되는 재단 이사진 중 2명은 통일부 장관이 추천하고 나머지는 여야 동수로 추천하게 돼 있는데, 이게 갈등의 불씨가 됐다. 한쪽이 추천 명단을 내더라도 다른 한쪽이 "내부 논의 중"이라며 버티거나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매번 흐지부지됐다.
민주당 '버티기' 발목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해 9월 통일부 장관 차원에서 이정훈 연세대 교수, 김범수 사단법인 세이브NK 대표 등 2명의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했고, 국민의힘도 5명의 이사에 대한 추천 명단을 제출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몫의 추천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최근 직접 야권 중진 인사 등을 만나 설득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민주당 측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법 제정 직후인 2016년에는 상근 이사 두 자리 중 한 자리를 무조건 민주당 추천 인사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추천을 거부했고, 여당이었던 2018년에 유일하게 한 차례 이사 추천을 했지만 당시엔 야권에서 후보 추천이 이뤄지지 않아 재단 구성이 불발됐다. 이후 5년째 민주당 몫의 이사진 추천은 없었다.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지연되면서 2016년~2019년 기간 도합 약 25억의 예산이 날아갔다는 지적도 있다. 2016년 10월 서울 마포구에 마련됐던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은 비어있는 채로 약 13억의 월세만 내다 2018년 6월 철수됐다.
개점 휴업 北 인권법
북한 인권 관련 통일부 정책 자문을 위해 역시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또한 국회에서 10명 이내의 위원을 여야 동수로 추천해야 하지만 관련 협의는 감감무소식이다.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는 1기의 임기가 2019년 1월 종료된 뒤 2기가 구성되지 않으면서 가동 중단 상태다.
이에 통일부는 지난 3월 통일부 장관 자문 기구인 '북한인권증진위원회'를 출범시켜 북한인권재단 출범 준비 등 역할을 맡겼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불참하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4년 만에 다시 이름을 올리고, 5년 동안 공석이었던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자리를 채우는 등 북한 인권 관련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통일부 또한 최근 조직 개편과 예산 편성 등을 통해 북한 인권 기능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북한 인권 문제만큼은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북한인권법의 핵심 조항이 야당의 비협조로 수년째 사실상 사문화되면서 정부·여당의 북한 인권 개선 드라이브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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