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야 살아 남는다" 스타트업에서 미래 찾는 대기업들
사내 스타트업 창업도 적극 장려…외부 창업 생태계 구축 지원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산업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대한 조직이 전방위로 움직이기보다는 가볍고 빠른 조직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스타트업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GS그룹은 지난 30일 허태수 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신사업 담당 임원 등 핵심 인력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GS 신사업 공유회’를 가졌다.
‘GS 신사업 공유회’는 지난해 9월 그룹 창립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이래 이번이 두 번째로, 각 계열사가 주도하는 신사업 분야보다는 주로 스타트업 투자 진행상황 및 성과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3대 주력 분야인 ▲EV 충전 ▲폐플라스틱‧배터리 리사이클 ▲산업바이오를 중심으로 GS 의 벤처 투자가 신사업으로 연결되고 있는 사례들이 공유됐다.
GS, 허태수 회장 취임 후 '스타트업 벤처와 함께 하는 미래성장' 전략
이는 지난 2020년 허태수 회장 취임 이후 GS그룹의 성장 전략이 벤처 투자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타트업 벤처와 함께 하는 미래성장’을 GS 의 신사업 전략으로 선언한 2020년 이후 약 3년 반 만에 이제는 벤처를 빼놓고 GS 그룹의 신사업을 논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벤처 시장의 혹한기로 불리던 최근 1년 사이에도 GS 는 모두 33개 스타트업과 7개 벤처펀드 등에 1500억원 이상을 지속 투자했다.
GS의 벤처 투자 전략의 핵심은 CVC(기업형 벤처 캐피탈)인 GS퓨처스와 GS벤처스다. 이들이 산업과 신기술 동향을 감지하고 투자 적격 분야와 개별 스타트업을 선별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은 GS퓨처스는 북미 지역에서, GS벤처스는 국내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의 벤처 시장을 통해 GS 그룹의 신사업과 접목할 수 있는 신기술을 적극 소싱하고 있다.
GS퓨처스는 올 들어 차세대 LFP 배터리 개발사인 미트라켐을 포함해 15개사에 투자했고, GS벤처스는 지난 해 벤처펀드를 조성한지 1년 만에 16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들도 기존 사업에 접목go 신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가 폐플라스틱 수집 관련 스타트업 ‘G.E.T’에, GS에너지가 폐배터리소재 추출 기술로 알려진 ‘EVCC’에 투자하면서 관련 신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GS리테일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하는 로브로스, GS건설이 주택 건설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진 클리어스토리에 투자했다.
현대차그룹, 5개국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통해 유망 스타트업 발굴‧육성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고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에서 벗어나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외부의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배터리 등 ‘비전공’ 분야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을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통해 받아들이거나 사내외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발굴, 육성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전략은 글로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추진된다. 한국을 비롯, 미국, 중국, 독일, 이스라엘 등 세계 5개 지역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권역별로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 SW 기술 개발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포티투닷(42dot)은 이같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2019년 설립된 스타트업 포티투닷과 협력관계를 이어오다 지난해 아예 지분을 인수하면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의 핵심 조직으로 흡수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사내 스타트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000년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벤처플라자’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제로원 컴퍼니빌더’로 명칭을 변경하며 자동차 분야는 물론 그 외 다양한 분야의 사내 스타트업을 선발, 육성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으로부터 개발비 등 각종 지원을 받아 개발된 스타트업의 기술은 사내사업화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제품들에 접목된다. 그동안 총 76개 팀을 선발‧육성했고, 33개 스타트업이 독립 분사했다.
삼성전자, C랩 통해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지역 창업 생태계 구축
삼성전자는 자사의 신기술 확보 차원을 넘어 창업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사내외 스타트업 발굴‧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C랩’은 사내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와 외부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로 나뉜다.
2012년 12월부터 운영 중인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는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385개 과제에 약 1600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2018년 10월 출범한 ‘C랩 아웃사이드’는 성전자의 혁신적 C랩 운영의 노하우를 사외로 확대해, 외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에는 C랩 아웃사이드 광주‧대구‧경북을 잇달아 출범하며 C랩 삼각벨트를 구축, 본격적인 지역 내 창업 생태계와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C랩 아웃사이드’에 선발된 스타트업에는 ▲지분 취득 없이 최대 1억 원의 사업지원금 ▲전용 업무공간 ▲ 삼성전자 임직원이 제공하는 HW/SW/기구 분야 단계별 맞춤 멘토링 ▲CES 등 국내외 IT 전시회 참가 ▲삼성전자 보유 특허 무상 양도 또는 사용권 등이 제공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사업 연계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에게는 해당 사업부와의 비즈니스 미팅, PoC (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업 협력 및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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