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희룡 "여당 간판" 발언에…선관위 "중립 의무 지켜달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 행정부처에 “정치중립 의무를 지켜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정치중립 의무 위반 논란에 대한 선관위 차원의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결산심사가 31일 열리는데, 선관위는 이 직후 전 부처에 공직선거법 관련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사람이 선거에 위법하게 관여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내용과 함께 관련 규정을 안내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거법 제9조에 따르면 공무원이나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자는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국무위원과 지방자치단체장도 이 대상에 포함된다. 공무원은 또 소속 직원 또는 선거구민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선관위가 이 같은 공문을 발송하는 배경엔 최근 원 장관의 “여당 간판 들고” 발언이 관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 장관은 지난 24일 시민단체 세미나에 참석해 “제가 국토부 장관을 하는 마지막 1시간까지 민생, 지역 현안, 교통과 인프라 발전을 위해 여당의 간판을 들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분들에 대해서 밑바탕 작업을 하는 데 모든 힘을 다 바치고, 제 시간을 쪼개서라도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발언해 정치 중립 의무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는 이튿날(25일) 원 장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법률위는 “국토부 장관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국민의힘 소속 총선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하고 선거운동을 약속한 것”이라며 “원 장관은 상식을 뒤엎고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을 자처하며 법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해당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원 장관은 “정치적 중립 의무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민주당의 지적에 “(야당의) 일방적인 견해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저보다 훨씬 세고 직접 선거 압승을 호소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기자회견에서 “총선에서 국민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가 헌정 사상 처음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다만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중립 의무를 위반한 건 맞지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할 만큼 중대한 사유는 아니라는 이유로 탄핵안을 기각했다. 민주당 소속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장관이 대통령과 비교를 하는 것이냐.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에선 인용이 됐고, 헌재에서 기각이 됐기 때문에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라고 했다.
선관위는 당초 원 장관의 발언이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에 대해 검토에 착수했으나, 야당이 원 장관을 고발하면서 판단을 보류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보통 (정치 중립 의무 준수에 관한 공문은) 선거가 임박해서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유사 사례가 많이 발생할 것 같아서 좀 빨리 보내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선관위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총선을 앞두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생성형 AI를 활용한 선거운동 관련 운용기준’을 마련하고 14일부터 ‘허위사실공표·비방 특별대응팀(AI 전담팀)’을 편성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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