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는 코가 빨간 줄~" 여든 넘어 '래퍼' 변신한 칠곡 할매들
" “빨갱이는 눈과 코가 빨간 줄 알았지 예~, 그냥 우리와 같이 불쌍한 사람 예~” "
여든을 넘어 한글을 깨친 ‘칠곡 할매’들이 래퍼로 변신했다. 시(詩) 쓰는 할머니로 알려진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4리 할머니들은 지난 30일 마을 경로당에서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 창단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그룹명 ‘수니와 칠공주’…공연 목표로 맹연습
수니와 칠공주는 그룹 리더인 박점순(85) 할머니 이름 가운데 마지막 글자인 ‘순’을 변형한 수니와 일곱 명을 의미한다. 그룹은 아흔이 넘은 최고령자 정두이(92) 할머니부터 여든을 바라보는 최연소 장옥금(75) 할머니까지 총 8명으로 구성됐다. 평균 연령 85세다.
할머니들은 칠곡군이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워 시를 쓰고 대통령 글꼴로 알려진 칠곡할매글꼴 제작에도 참여했다.
칠곡할매글꼴은 칠곡 할머니들이 넉 달 동안 종이 2000장에 수없이 연습한 끝에 2020년 12월 만든 글씨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각계 원로와 주요 인사 등에게 보낸 신년 연하장은 물론 한글과컴퓨터, MS오피스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국립한글박물관 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랩 공연을 위해 자신들이 직접 썼던 시 7편을 랩 가사로 바꾸고 음악을 입혔다.
랩 제목도 ‘환장하지’ ‘황학골에 셋째 딸’ ‘학교 종이 댕댕댕’ ‘나는 지금 학생이다’ 등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 6·25 한국전쟁 당시 총소리를 폭죽 소리로 오해했다는 ‘딱꽁 딱꽁’이나 북한군을 만난 느낌을 표현한 ‘빨갱이’ 등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노래했다. 깻잎전을 좋아했던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들깻잎’도 있다.
못 배운 아쉬움·전쟁에 대한 공포 랩으로
랩 선생님은 공무원이 되기 전 한때 연예인을 꿈꿨던 칠곡군청 안태기 주무관이 담당한다. 왜관읍에 근무하는 안 주무관은 2주에 한 번 마을 경로당을 찾아 할머니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재능 기부에 나선다. 할머니들 한글 선생님인 정우정씨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수니와 칠공주 할머니들은 초등학교와 지역 축제 공연을 목표로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한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칠곡 할머니들이 증명하고 있다”며 “한글 교육으로 시작된 칠곡 할머니의 유쾌한 도전이 계속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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