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여운형만 중복 서훈 받았다"는 박민식, 사실일까

박성우 2023. 8. 3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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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동일 공적 아니면 두 차례 서훈 가능... 유관순 열사도 서훈 두 번 받았다

[박성우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포럼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증 대상] 박민식 "홍범도 장군과 여운형 선생만 두 번 훈장을 받았다"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이 홍범도 장군과 여운형 선생의 건국훈장 중복 서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8월 30일 박민식 장관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안중근 의사나 김구 선생 같은 분들도 독립 서훈 유공자로 딱 한 번 서훈이 됐다. 그런데 홍범도 장군과 여운형 선생은 두 번에 걸쳐서 서훈을 받았다"며 "당시 노무현·문재인 청와대의 강력한 압박으로 인해 사실상 정상적인 절차를 안 거치고 중복 서훈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복된 서훈을 박탈될 수 있다는 얘기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박 장관은 "국가보훈부장관이 박탈하라고 해서 박탈되는 것이 아니다. 독립공적심사위원회가 있고 국무회의를 거쳐야 되는 등 법적 절차가 있다. 그 절차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의 이러한 중복 서훈 문제 제기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8월 1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중 서훈을 받은 여운형 선생, 홍범도 장군의 경우 청와대에서 지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8월 14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도 "홍범도, 여운형의 경우에는 우리 독립지사가 한 2만 명 되는데, 유일하게 딱 두 분이 두 번 훈장을 받은 분"이라며 "상훈법 4조에 의하면 훈장은 이중 서훈이 금지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사실에 부합할까. 

[검증내용] 홍범도·여운형, 두 번 서훈 공적내용 서로 달라.. 유관순 역시 두 번 서훈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여운형 선생, 유관순 열사.
ⓒ 홍범도기념사업회/여운형기념사업회/독립기념관
 
먼저 홍범도 장군과 여운형 선생이 두 차례 서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홍 장군은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 2021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추서됐다. 여 선생은 2005년 건국훈장 대통령장, 2008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추서됐다. 

그렇다면 상훈법 4조에 위배되는 것일까. 상훈법 4조는 '동일한 공적에 대하여는 훈장을 거듭 수여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동일한 인물이 아닌 동일한 공적에 대해 훈장을 중복 수여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국가보훈부 누리집의 공적 개요를 살펴보면 홍 장군의 경우 1962년 대통령장은 1907년의 의병 활동과 1920년의 만주 항일운동을 공적으로 하고 있다. 2021년 대한민국장은 일제하 항일무장투쟁의 상징으로서 국민통합 및 민족정기 선양 그리고 고려인의 민족정체성 형성과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우호 증진 기여를 공적으로 하고 있다.

여 선생은 2005년 대통령장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부터 1945년 광복에 이르기까지 28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독립운동을 하며 옥고를 치렀던 점을 공적으로 하고 있다. 2008년 대한민국장은 광복 이후에도 대한민국 건국 및 민족통일을 위해 헌신한 점을 공적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두 인물이 두 차례 서훈된 것은 사실이나 각 서훈별 공적 내용은 동일하지 않다. 동일한 공적에 따른 중복 서훈을 금지한 상훈법 4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홍범도 장군과 여운형 선생만이 두 번 서훈을 받았다는 박 장관의 발언 역시 사실이 아니다. 유관순 열사 또한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된 뒤 2019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추서됐다.

유관순 열사 역시 1962년 독립장은 3·1운동에 관한 공적에 따른 것이고 2019년 대한민국장은 광복 이후에도 국민의 올바른 역사관 확립과 애국심 함양의 표상이 되어 민족정기 선양에 공헌한 점 등이 공적으로 하는 등 서훈별 공적이 서로 다르다.

[보론] 보훈부, 서훈 취소하려면 서훈 공적이 거짓임을 밝혀내야
   
 <중앙일보>의 보도 내용. 여운형 선생이 받은 훈장은 건국훈장으로 독립유공자예우법과 상관없이 서훈법에 따라 규정된다. 상훈법 11조는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기를 공고히 함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며, 이를 5등급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 <중앙일보> 보도 갈무리
 
한편 일부 언론은 두 인물의 중복 서훈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28일 <중앙일보>는 <보훈부 "홍범도·여운형 중복훈장 재정비… 상훈법 어긋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보훈부 고위 관계자가 "조만간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를 열어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매체는 여운형 선생의 대한민국장 공적을 두고 "독립 유공의 개념을 벗어난다는 지적"이라며 "독립유공자예우법은 독립유공자를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해 일제에 항거한 사실이 있는 자(애국지사) 또는 항거로 순국한 자(순국선열)'(4조)로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공적이 독립유공자의 법적 개념을 뛰어 넘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해당 서훈이 법에 위배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여운형 선생이 받은 훈장은 건국훈장으로 독립유공자예우법과 상관없이 상훈법에 따라 규정된다. 상훈법 11조는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기를 공고히 함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며, 이를 5등급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처럼 상훈법 11조에 따르면 광복 이후의 활동이라 해도 대한민국 건국에 공로가 있다면 건국훈장 서훈의 공적으로서 문제가 없다.

반면 상훈법 8조에 따르면 서훈의 취소는 서훈 공적이 거짓임이 판명되거나 서훈된 인물이 국가안전에 관한 죄를 범한 자로서 형을 받았거나 적대지역으로 도피한 경우에 국한된다. 보훈부가 홍범도 장군과 여운형 선생의 서훈을 박탈하려면 공적을 거짓으로 밝혀야 하는 셈이다.

[검증 결과] 거짓

홍범도 장군은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과 2021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여운형 선생은 2005년 건국훈장 대통령장과 2008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추서됐다. 두 차례 서훈을 받았으나 공적 내용이 서로 달라 상훈법 4조(중복 서훈 금지)로 볼 수 없다. 유관순 열사 또한 두 차례 서훈(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았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홍범도, 여운형의 경우에는 우리 독립지사가 한 2만 명 되는데, 유일하게 딱 두 분이 두 번 훈장을 받은 분"이라는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의 말을 '거짓'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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