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주문 폭주 마감 임박…한정판의 심리학
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서 2억 잔이 넘게 팔릴 만큼 인기 있는 ‘펌킨 스파이스 라테’를 가을에만 판매한다. 많은 고객이 그 기간이 지나면 먹을 수 없는 특별 메뉴를 맛보려고 스타벅스 매장을 찾는다. 명품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는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기 1년 전 제품을 미리 소개해 고객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품절될지도 모른다는 다급함을 느끼게 한다. 그 결과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임에도 쉽게 완판된다. 더 많이 팔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희소성'을 강조하며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 공통 전략이다. ▲구매 기한을 제한하고 ▲공급량을 제하며 ▲높은 수요와 인기를 강조한다.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는 실제 사례와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 뇌가 왜 희소성에 끌리는지, 기업은 그런 심리를 어떻게 마케팅에 이용하는지를 상세히 소개한다.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희소성이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생존의 핵심인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우리는 선조들처럼 희소한 자원을 사냥하고 채집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여전히 그러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희소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손에 넣지 않으면 큰 손실을 본 것 같은 느낌에 시달리며 후회한다.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긴박감에 사로잡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p.15
카다시안 가족과 같은 유명인들은 희소성을 ‘드롭(drop)’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다시안 가족은 소비자들에게 오늘 밤 1만 개의 제품을 준비했는데, 다 팔리고 나면 절대 재입고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 주문이 폭주하고 몇 시간 안에 상품이 매진된다. 나이키, 슈프림, 오프화이트(Off White)부터 아마존까지 점점 더 많은 브랜드에서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아마존은 인플루언서가 엄선한 특정 컬렉션의 옷을 30시간 내에만 구매 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이 프로그램을 ‘더 드롭(The Drop)’이라고 부른다. 표현을 어떻게 하든, 이것이 인포머셜과 홈쇼핑 방송에서 수십 년 동안 해오던 판매 방식과 매우 비슷한 것은 사실이다. - p.35
2017년에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가격 할인율이 적힌 광고 메시지를 보여준 뒤, 뇌의 상태를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광고 메시지 속 할인 기한은 각각이 달랐다. 일부 참가자에게는 할인 기간이 오늘 단 하루라고 했고, 다른 참가자에게는 단 일주일만이라고, 또 다른 일부 참가자에게는 만료 기한 없이 계속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해당 제품을 사고 싶으면 버튼을 누르도록 했는데, fMRI 장비로 촬영해보니 참가자가 기간 한정 할인 제품을 사겠다고 선택할 때마다 감정과 관련된 뇌의 부위(편도체)가 활성화되었다. - p.37
특별 할인, 단기 할인, 재고 소진 임박 알림 등은 전부 기업이 소비자가 느끼는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활용하여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 쿠폰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업에서는 쿠폰을 이용해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이끌어낸다. 소비자는 처음 쿠폰을 받으면 잠재적 이득(돈을 아낄 수 있음)을 얻었다고 인식하지만, 쿠폰을 사용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을 잠재적 손실이라고 느낀다. 소비자는 쿠폰을 사용하지 않아 돈을 잃게 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 p.112
할인 빈도와 희소성 문제를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할인을 자주 하는 회사의 상품은 대개 준거 가격(reference price)이 더 낮다. 블랙 앵거스 스테이크하우스의 문제 역시 ‘두 사람을 위한 저녁 식사’라는 비슷한 할인 행사가 계속되자 고객이 할인된 가격이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준거 가격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즉, 고객은 잠재적으로 저녁 식사의 가치를 정상가인 66달러가 아닌 할인가인 49.98달러라고 여겼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어느 연구 팀은 사람들이 가격 할인과 그 장기적인 패턴 등을 통해 판매자의 행동을 추론하며, 이러한 추론의 결과가 고객의 브랜드 인식과 기대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 p.146~147
여러 연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이 생길 때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줄어드는데, 그 결과로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빠르게 평가할 수 있는 특징에만 집중하게 된다.사람들은 어떤 일을 완료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프로젝트를 어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던 때를 떠올려보라. 아니면 학창 시절, 제출 직전까지 숙제를 미뤘을 때의 기분을 떠올려보라.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할인 기간이 제한된 상품을 볼 때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 p.159
제한된 공급이나 배타성에 의한 희소성을 알릴 때는 고객이 그 상품이 특별하다고 느끼게 하고, 차별성을 인지하도록 메시지를 설계한다. 그러나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이용 가능 수량이 적은 게 높은 수요 때문이 아니라, 공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임을 명시해야 한다. 수요가 높다는 건 ‘배타성을 지닌 고급’ 제품이 아니라 대중에게 ‘인기 있는’ 제품이라는 뜻이다. 인기 있는 제품을 소유하는 것으로는 독특성 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상품일수록 가치를 낮게 평가할 테니 오히려 그 반대가 될 것이다. - p.191~192
한정판 상품은 과시적 소비재(자동차, 보석, 의류 등 다른 사람 눈에 띄는 물건이라면 뭐든지 해당된다)일 때 가장 빛이 난다. 구하기 어려운 버번을 손에 넣었든 새로 나온 명품 안경을 썼든, 과시하려고 애쓸 때는 타인의 눈에 띄는 것 자체를 자랑스러워한다. 과시적 소비를 하면 남들보다 돋보이고 싶은 욕구가 충족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떤 때는 감정적인 이유로 한정판 상품에 마음이 끌리기도 한다. 한정판 상품은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고, 스스로 인식하는 자기 가치를 높인다. 산타클로스 그림이 그려진 코카콜라 한 캔(크리스마스 한정판)을 산다고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파네라이의 특별판 손목시계를 샀다면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한정판 상품이 지위의 상징으로 사용될 때, 그 물건은 소유자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이는 소유자에게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타인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 - p.223~224
수요 때문에 발생하는 희소성은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 혹은 특정 그룹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 앞서 독특성 욕구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그와 정반대로 ‘무리에 순응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사람 역시 많다. 사회적 존재로 태어난 인간은 무리의 일원이 되기를 바란다. 생물학적 구조가 그렇다. 이 말은 우리가 규범과 규칙을 정할 때 같은 집단의 사람들을 고려한다는 뜻이다. 큰 그룹(또래집단이나 사회계층 집단 등)이든 작은 그룹(예술 애호가나 음식 평론가 등 관심사를 공유하는 집단)이든 상관없다. 여기서 말하는 ‘규범과 규칙’에는 우리의 생각과 신념, 행동 방식은 물론, 어떤 것을 구매할지 고르는 기준까지 포함된다. 순응 욕구가 높은 사람은 구매한 사람의 숫자로 물건의 가치를 정한다. 그들이 희소한 상품을 구매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 사기’ 때문이다. - p.244~245
한정판의 심리학 | 민디 와인스타인 지음 | 미래의 창 | 292쪽 | 1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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