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만든 車, 새만금 달궜다…대학생 자작차 대회 가보니
오프로드 바하·온로드 포뮬러 경기 치러
미래車 인재 한자리 모여 열정 쏟아부어
민경덕 공학회장 "자동차 생태계 키울 자원
산업 활성화 위해 더 많은 관심·지원 필요"
"스패너하고 부품 가져와, 얼른!" "가지러 갔는지 한 번 더 체크해봐." "천천히, 서둘지 말고!"
지난 27일 찾은 군산 새만금 자동차경주장. 해마다 한 차례씩 열리는 대학생 자작 자동차 경주대회 마지막 날, 바하(Baja) 경기에 참여한 한 대학팀의 차에 문제가 생겼다. 서킷 옆 검차장에 들어온 차량을 고치기 위해 3명이 급히 달라붙었다. 빠르게 손을 움직이며 차량을 고쳐 나갔다. 주변에 있는 같은 팀원들은 행여 차를 고치는 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숨죽이며 지켜봤다.
같은 시각 서킷에선 자작차 30여대가 연신 코스를 돌았다. 거친 비포장 길을 한 시간 반에 걸쳐 최대한 많이 도는 차가 큰 점수를 얻는다. 자동차나 기계를 전공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아마추어인데다 자원도 넉넉지 못해 완성도 높은 차를 만들긴 쉽지 않다. 이런저런 문제로 여러 참가팀이 검차장을 드나들면서 경주를 치렀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더운 날씨였지만 서킷 안팎에서 느껴지는 참가자의 열정은 그 이상이었다. F1처럼 커다란 굉음으로 관람객을 압도하는 것도, WRC처럼 화려한 주행 스킬을 뽐내는 것도 아니지만 대회를 마주하는 태도는 어떤 경주대회보다 치열했다. 대회를 주최한 한국자동차공학회의 서영주 사무국장은 "학생들로선 1년간 쏟아부은 노력을 평가받는 날"이라며 "자동차에 관한 열정만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바하는 미국의 한 지명으로 과거 1970년대 미국 자동차공학회 학생회원이 모여 직접 만든 자동차로 경주를 한 데서 유래했다. 사막과 장애물이 많은 험지로 지금도 오프로드 자동차 대회가 열린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 호주, 일본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행사가 열린다. 국내에서도 2007년 시작해 지금은 해마다 2000여명이 참여하는 대회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67개 대학에서 104개 팀이 왔다.
대회 조직위원장으로 있는 김동석 자동차공학회 부회장(한국GM 전무)은 "과거 학생 시절 대회에 참가했다가 사회인이 된 후에도 현장 열기 등을 함께 느끼기 위해 심판, 대회 운영 등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이가 많다"며 "자동차 애호가 사이에선 일종의 축제이나 문화인 셈"이라고 말했다.
인근 새만금 컨벤션센터 주차장 한쪽에는 포뮬러 내구레이싱 대회가 열렸다. 250㏄·300㏄급 차량과 전기차 분야가 따로 나누어져 있다. 바하 경기가 원초적인 형태의 탈 것을 다룬다면, 포뮬러 대회는 한층 정제된 기술과 보다 많은 자원이 투입된다. 포뮬러 대회 참가 차량은 실제 경주 차량을 축소해놓은 듯한 차체나 비싼 타이어를 쓴다.
운전자 복장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드러난다. 바하 경기에선 운전자 상당수가 군복을 입는다. 혹시나 있을 사고에 대비해 방염 소재로 된 전문 드라이버 복장이 적합하지만 비싸다. 그나마 부담 없이 구할 수 있는 방염복이 군복이다.
대회는 앞서 25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열렸다. 첫날 크기를 비롯해 안전·가속·제동·동절성능, 기울기(틸팅), 소음 등을 규정에 맞췄는지 살핀다. 이 과정에서 벌써 여러 팀이 떨어진다. 바하 경기는 이튿날 시험주행과 예선전을, 포뮬러는 짐카나 등을 한다. 짐카나란 콘 등을 세워둔 구불구불한 코스를 빨리 달리는 경주다. 사흘째이나 마지막 날인 이날은 내구성을 따져보는 경주를 했다. 단계별로 점수를 매겨 최종 합산한 점수로 순위를 따진다. 바하 부문에선 호남대 아스팔트 HU1 팀이, 포뮬러 부문에선 국민대 국민레이싱 KF-23 팀이 최종 1위에 올랐다.
올해 공동주최한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작 차량이 시험주행을 할 수 있도록 연구원 시설을 쓰게 해주고 기술컨설팅을 해줬다. 학생들이 차를 만들고도 마땅히 시험주행할 만한 공간이 없어 밤늦은 시간에 공터에서 차를 몰아보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듣고 선뜻 시설을 내줬다. 한국GM과 르노코리아자동차, 한국토요타·렉서스코리아 등 국내외 완성차업체가 부품기업 등이 후원했다.
자동차공학회 구성원 개개인의 관심과 청년들의 열정으로 대회를 꾸려가고 있지만 외부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 올해 대회를 앞두고 해외 대학에서도 참가 의사를 밝혔으나 서킷 등 대회 시설이 변변치 않은 탓에 주최 측에서 고사했다고 한다.
민경덕 자동차공학회장은 "자동차 분야 미래 인재 수천 명이 열정을 갖고 참여하는 대회임에도 해마다 후원을 구하는 건 쉽지 않다"며 "국가기간산업이자 수출 주력업종인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풍부하게 한다는 점에서 정부나 기업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군산=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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