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죠,배터리]폐배터리 재활용하면 원료가격 어떻게 될까
생산→사용→회수→재활용→배터리 재생산
광물 가격, 하향 안정화겠지만 폭락은 없어
회수·처리 비용 만만치 않고
배터리 수요는 전기차에 ESS까지 더해져
공급보다 더 가파르게 늘 것
편집자주 - '보죠, 배터리'는 차세대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배터리 산업을 들여다보는 연재물입니다. 배터리 제조 생태계를 차지하려는 전 세계 정부·기업의 기민한 움직임과 전략, 갈등 관계를 살펴봅니다. 더 안전하고, 더 멀리 가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기술 경쟁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독자, 투자자들의 곁에서 배터리 산업의 이해를 보태고 돕는 '보조' 기능을 하려고 합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배터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 쓴 배터리에서 리튬·니켈을 추출해 재활용하면 배터리 원료 가격은 저렴해질까. 배터리 재활용은 원료 공급에 일정 부분 기여하지만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폐배터리는 상태에 따라 크게 재사용(Reuse)과 재활용(Recycle) 방식으로 다시 쓰인다. 재사용은 배터리를 다른 용도의 배터리로 다시 쓰는 방식이다. 전기차용으로 쓰이던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는 것이 예다. 산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재활용이다. 리튬·니켈·코발트 등 값비싼 원료들을 다시 회수해 새로운 배터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배터리를 재활용하게 되면 '생산→사용→회수→생산'으로 이어지는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Closed loop system·완결적 순환체계)’을 구축해 보다 환경 파괴를 덜하고 생산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리서치 회사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2040년까지 산업용 리튬의 20%가 재활용 배터리나 공정 스크랩(제품을 만들 때 생기는 부스러기)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30년대 중반부터 점점 더 많은 배터리가 수명이 다하면서 공급될 것이다.
배터리 원료, 폭락은 없다
그럼에도 배터리 재활용은 원료 가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기 힘들다. 먼저 폐배터리의 회수와 처리 비용이 저렴하지 않다. 폐배터리는 향후 전기차에서 많이 나올텐데 무거운 배터리를 전기차에서 분리해 공장까지 가져올 때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배터리의 폼팩터(외형별 분류), 소재 구성 비율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라 여기서 배터리 원료를 추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최영민 LG화학 전지소재연구소장(전무)은 지난 4월 '넥스트 제너레이션 배터리 세미나'에서 "큰 전기차의 경우 무게가 2t가량 나가는데 배터리가 1t이라 운송 비용이 높다"며 "차량 모델별, 배터리 제조사별로 배터리가 각양각색이라 이를 분해하고 원료를 추출하는 자동화된 공정을 구현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폐배터리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한국환경공단이 진행한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매각 입찰의 투찰율(예정가격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 250~500%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 3월 진행된 입찰에서 2018년 출시된 니로EV의 64㎾h 용량 폐배터리는 예정가격의 196만원의 4배인 785만원에 낙찰됐다. 동일 용량의 코나EV 폐배터리는 예정가격 324만원의 3배 이상인 1150만원에 낙찰됐다.
폐배터리 재활용에도 원료 가격이 폭락하지 않는 두번째 이유는 배터리 수요의 폭증에 있다. 전기차 시장이 성숙하면서 다 쓴 배터리의 양이 증가하겠지만 배터리 수요는 이같은 추세보다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핵심 소재인 리튬을 중심으로 보자. 2020년 리튬의 공급량은 50만t이고 수요는 40만t이다. 2025년 리튬 공급량은 180만t으로 오르고 수요는 140만t으로 공급 과잉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35년에는 수요는 460만t인데 반해 공급은 350만t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자료)
ESS 등 수요 증가·대체 원료 등 변수
특히 2030년 이후에는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에다 ESS 수요까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벤치마크 미네랄스는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가 2050년까지 배터리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공급을 늘리기 위한 수단은 마땅치 않다. 리튬은 부존량은 약 5억2100만t 수준이지만 채굴이 가능한 양은 1억3832만t에 불과하다. 실제 채굴하고 있는 리튬의 양은 더 적어진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탐사에서부터 실제 채굴까지 이어지는 경제성 있는 리튬 광산은 많지 않다"며 "실제 채굴에 이르기까지 4~7년이라는 긴 시간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탐사를 통해 발견한 리튬 매장량에서 실제로 채굴하고 있는 리튬의 은 0.5% 수준이다. 약 70만t이 생산되고 있는 상태다.
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 등 '리튬 트라이앵글(삼각지대)'에 전세계 매장량의 60% 가까이가 몰려있다. 이들 국가들은 리튬 광산·염호(소금호수)를 국유화해 공급을 통제하려고 한다. 원료를 정제할 수 있는 기술이나 설비도 중국 등 일부 국가에만 있다. 인도, 이란, 아프리카 등 여러 국가에서 리튬 광산를 발견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탐사단계에서 상업성을 띄는 광산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 4년 동안 리튬 가격이 8배 올랐다"며 "재활용 기술은 배터리 원료 순환 체계를 갖추게 하고 원료 가격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ESS 등으로 수요가 증가할 수는 있지만 충전 기술·인프라가 지금보다 개선되면 차량 한대당 들어가는 배터리 양도 적어져 리튬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 대체 배터리 개발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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