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이정민 “은퇴요?경쟁력 안되면 시드 유무 상관없이 떠난다”

정대균 2023. 8. 31.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유일한 30대 챔피언 등극
통산 10승으로 후배들에게 귀감
경쟁력 유지 위해 부단한 체력 관리
최근 가진 국민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의 골프 전반에 걸친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답 하고 있는 이정민. KLPGA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한량처럼 지내고 싶다.”

‘은퇴 이후에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그만큼 힘든 여정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MZ세대가 좀체 쓰지 않는 ‘한량’이라는 말에서 연령대는 쉽게 가늠된다.

올 시즌 KLPGA투어 30대의 자존심이자 최후 보루인 이정민(31·한화큐셀)이다. 그는 올 시즌 8월 말까지 소화된 KLPGA투어 21개 대회 중에서 유일한 30대 챔피언이다.

작년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대회 PLK 퍼시픽링스코리아 챔피언십 with SBS Golf에서 우승했다. 통산 10승째였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올 시즌 18개 대회에 출전해 미스컷이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견실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상금 순위 22위, 대상 포인트 28위, 평균타수 26위에 자리하고 있다.

20대가 득세하는 투어에서 아직도 경쟁력은 출중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만족스럽지 않단다. 국민일보와 최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정민은 “올 시즌을 점수로 매긴다면 60점이다. 전보다 플레이를 긍정적으로 풀어 가는 것은 좋은 점이지만 퍼터가 잘되면 샷이 안되는 등 조금씩 어긋나는 게 아쉽다”고 했다.

KLPGA투어 30대의 간판으로 통산 10승째를 거두고 있는 이정민. KLPGA

그는 그런 부조화 원인이 부실한 체력에 있다고 했다. 이정민은 “자의든 타의든 운동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대회 중에는 물론 경기를 마치고 나서도 월요일에는 운동을 꼭 한다. 정말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한다”면서 “골프가 편축 운동이라 부상 방지에 방점을 둔다. 힘들어서 트레이너와 싸울 정도로 한다”고 했다.

그가 최근 들어 그동안 많지 않았던 식사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식습관을 바꾸고 있는데 그 또한 체력 보강을 위한 일환이다.

이정민은 플레이 스타일, 코스 내외에서의 행동거지 등 어느 것 하나 반듯하지 않은 게 없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현역 선수로는 아주 드물게 학부(고려대)를 마치자마자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그의 평소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정민은 “현역 골프 선수로서 쉽지 않은 길이었는데 어찌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라며 “스포츠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현재는 논문 심사만 남겨 놓은 상태다. 물론 꼭 학위를 따려는 건 아니다. 아무튼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이정민의 데뷔 동기는 김자영, 양수진, 김초희, 김지현2, 김지현(32·대보건설), 정연주(31·대방건설) 등이다. 그 중에서 현재 현역 활동을 하는 선수는 자신과 김지현, 정연주 3명 뿐이다.

이정민은 “동기들이 많이 은퇴했다. 나도 언젠가는 떠나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면서 “감각과 체력이 떨어져 경쟁력이 안된다고 느껴지면 시드 유무를 떠나 조용히 떠날 생각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20년 남짓 골프를 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 왔다”면서 “(은퇴하면)기간을 정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한량처럼 보내고 싶다. 진로는 그 다음에 생각할 것이다 ”고 했다.

이정민은 많은 후배들이 따른다. 그 중에서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활동하는 김세영(30·메디힐), 김효주(28·롯데)와 가깝게 지낸다.

이정민은 “시즌을 마치고 세영이와 효주가 들어 오면 맛집 투어를 다니면서 즐겁게 지낸다. 시즌 중에도 수시로 전화하면서 서로 격려와 응원을 한다”고 했다.

작년 12월 베트남에서 열렸던 2023 K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PLK퍼시픽링스코리아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정민. KLPGA

이정민은 KLPGA투어 대표적인 스포츠 마니아다. 골프 외에 즐기는 스포츠가 꽤나 된다. 그 중 최애 운동은 스키다. 그는 시즌이 끝나면 득달같이 스키장으로 달려가 전지 훈련을 떠날 때까지 1개월여간 신나게 스키를 타고 온다고 했다.

이정민은 “많은 분들이 골프 선수에게 스키는 상당히 위험한 운동이라 하는데 나는 반대”라며 “골프가 편축 운동이라 내 몸 밸런스를 체크하고 바로 잡는데 효과가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시즌 중 대회가 없을 땐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가 짬짬이 시간을 내 테니스와 탁구도 즐긴다고 했다.

이정민은 팬클럽 ‘정민마니아’에 늘 미안한 마음이다. 그는 “나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런데 솔직이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비시즌에 간간이 식사를 한 적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라며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소통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주말 골퍼를 위한 꿀팁도 남겼다. 이정민은 “업이 아니니까 즐기셨으면 한다”면서 “그래도 잘치고 싶다면 실수를 줄여야 한다. 주말 골퍼들의 실수 원인은 99%가 스핀앵글(spine angle)이 안지켜 지기 때문이다. 어드레스 때 척추 기울기를 유지하는 것에 신경을 쓰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