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비은행장 출신 회장 탄생할까...허인·양종희 대결
서로 다른 경력 일장인단, 안정성 ‘허인’ 확장성 ‘양종희’
금융권 “그래도 은행장 승계 1위, 허인 한 발 앞서”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가 3인으로 압축된 가운데 비은행장 출신 회장이 탄생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윤종규 현 회장이 KB국민은행장 경험 없이 바로 회장으로 취임한 바 있지만 KB금융 내외부에서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9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등 3인으로 압축했다. 김병호 회장은 외부 출신, 양종희 부회장과 허인 부회장은 내부 출신이다.
금융권에서 후보 3인 가운데 가장 앞서고 있다고 평가되는 인물은 허인 부회장이다. 허 부회장은 정통 ‘은행맨’이다. 그는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한 이후 줄 곳 KB국민은행에서 회사 생활을 보내왔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KB국민은행장에 선임됐으며, 2021년까지 3연임을 하면서 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부회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양종희 부회장도 은행으로 입사한 것은 똑같다. 다만 양 부회장은 2007년 은행 재무보고통제부장을 끝으로 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지주 이사회사무국장, 경영관리부장/전략기획부장, 전략기획부 상무, 재무·IR·HR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2016년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맡았다.
두 내부 후보의 서로 다른 경력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허 부회장의 은행 중심 경험은 그가 후보군 가운데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의 배경이 된다. 금융당국은 KB금융을 ‘은행지주’로 분류한다. 금융지주가 은행 중심으로 꾸려진 영향이다. 올해 상반기 KB금융의 비은행 수익 비중은 42.3%를 기록했다. 비은행수익 비중이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57.7%의 수익이 은행에서 발생하고 있다.
외부 후보로 3인에 최종 합류한 김병호 회장 역시 은행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198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1991년 한국투자금융이 하나은행으로 전환된 이후 뉴욕지점장, 하나금융지주 설립기획단 팀장, 하나금융지주 재무담당 부사장, 총괄부행장을 거쳐 2015년 하나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따라서 허 부회장의 KB국민은행장 경력은 그를 회장에 한 발 더 가깝게 만들고 있다. 다만 이를 단점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지주의 영역이 은행을 넘어 증권과 보험, 더 나아가 빅데이터와 AI 등 IT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은행 경험만 보유한 그의 시야와 사고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대로 지주로 넘어와 전략과 재무를 중심으로 활동한 양 부회장에게 이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하는 등 M&A 경험은 향후 KB금융의 확장에 필요한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주력 자회사에서 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KB금융지주 역대 회장 가운데 비은행장 출신 회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3대 회장인 어윤대, 4대 회장인 임영록이 비은행장 출신이었다. 윤종규 회장의 경우 은행장을 겸임하며 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지금과 당시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 KB 내외부 관계자들의 평가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어윤대·임영록 회장 시절에는 회장 선임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고, 윤종규 회장의 경우 불가피하게 행장과 회장을 겸임했다”며 “지금과 당시 상황을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을 제외할 경우 신한금융지주의 진옥동 회장, 하나금융지주의 함영주 회장 역시 은행장을 거쳐 회장에 선임됐다. 우리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만 은행장을 거치지 않고 회장에 오른 인물이다. 관료출신인 임 회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금융위원장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금융지주의 승계 서열 1위는 은행장이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아직까지는 증권이나 보험 사장이 회장에 오르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회사의 자산이나 직원 수 등에서 차이가 크다. 외부 영향이 아니라면 은행장을 거쳐 회장에 오르는 것이 가장 무난한 루트”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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