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여럿이 함께 걷는 지리산둘레길 '운봉-인월'

9.9㎞ 길이, 약 4시간 소요
전 구간 길 폭이 넓은 코스

편집자주 - 지리산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1915m의 산입니다. 산맥이 전남·전북·경남에 걸쳐있는 민족의 영산(靈山)입니다. 21개 구간·20개 읍면·100여개의 마을이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 자연과 사람, 영호남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총 길이 300㎞로 아버지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 둘레길을 소개합니다.

지리산 둘레길 ‘운봉~인월’ 구간은 전북 남원시 운봉읍 동천리와 인월면 인월리를 잇는 9.9㎞의 길이다. 약 4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로, 난이도는 ‘하’로 분류된다. 전 구간이 제방길 혹은 임도로 조성돼 있어 길 폭이 넓다. 여럿이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봉농협에서 시작해 잠시 걷다보면 서림공원이 나온다. 서림은 서천리의 당산제를 지내는 곳이었다. 공원 내에 당산나무와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장승 당산이 존재한다. 남녀 돌장승 한 쌍이 있는데 북쪽이 남장승, 남쪽이 여장승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림공원을 지나면 람천을 따라간다. 오른쪽으로는 지리산 바래봉, 고리봉의 서북능선을, 왼쪽으로는 수정봉, 고남산 등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지리산 고리봉에서 흘러온 물이 람천이 되고, 운봉고원과 인월, 함양의 마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흐른다. 가을철에는 갈대가 우거진 람천에서 철새와 수달을 만날 수도 있다.

둘레길 방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신기마을에 도착한다. 신기마을은 ‘새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휴전상태에 접어들면서 정착지를 찾아 헤매던 이들이 새 삶을 시작하는 터전이라는 뜻을 담아 지은 이름으로 전해진다.

신기마을에서 1㎞쯤 걷다보면 비전마을이 나온다. 비전마을은 고려 말 이성계가 왜구를 섬멸한 황산대첩을 기리기 위해 비를 건립한 곳이다. 마을 앞에 ‘황산대첩비각’이 있어 비전마을로 불리고 있다. 일제시대에 일본이 비를 파괴해 현존하는 비각과 비석은 1957년에 재건한 것이다.

군화마을을 지나면 잣나무 군락이 절경인 흥부골자연휴양림과 마주한다. 이곳은 지리산 국립공원과 연계된 곳으로, 덕두산 정상까지 갈 수 있는 등산로가 있다. 월평마을로 향하는 계곡 옆에는 쉼터가 있으니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월평마을을 따라 걸으면 코스 마무리 지점인 구인월교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지리산 둘레길 인월~금계 코스의 출발점이다. 구인월교에서 400m 떨어진 지점에 지리산 인월안내센터가 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