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가뭄이 최악홍수 불렀다…'돌발 기상전환' 더 잦아지는 이유
2022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는 10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직면해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1~3월에는 다시 엄청난 물난리를 겪었다.
폭풍우에다 수증기가 하늘의 강처럼 흐르는 '대기의 강(대기 천·atmospheric river)'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까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심한 가뭄이 나타났지만, 여름에는 금강 유역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
가뭄에서 홍수로 급격히 전환되면 가뭄과 홍수가 개별적으로 발생했을 때 피해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1 더하기 1이 2가 아닌 3이나 4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뭄을 겪으면서 해당 지역이 홍수에 더욱 취약해진 탓에 더 큰 피해가 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한 가뭄으로 고통받다가 갑자기 홍수 피해를 보는 상황이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꾸준히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토양수분-대기 되먹임 고리 확인
홍콩 폴리텍대학과 미국 텍사스대학 등의 연구팀은 최근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1980~2020년 사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가뭄이 위험한 폭우로 갑작스럽게 바뀔 가능성이 지역에 따라 매년 0.24~1.03%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세 가지 데이터 세트를 활용해 통계적인 분석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토양 수분과 대기 사이의 '되먹임 고리(feedback loop)'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 되먹임 고리가 습한 지역과 건조한 지역에서는 서로 다른 메커니즘으로 진행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습한 지역에서 가뭄이 나타나면 토양과 식물의 물 증발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수분을 대기로 옮겨 가면 대기 중 수분이 증가해 폭우가 발생하기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는 더 많은 수분을 보유할 수 있게 돼 폭우와 홍수로 이어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와는 달리 건조한 지역에서 심한 가뭄이 발생하면 더운 날씨와 낮은 기압으로 인해 기압 구배가 생성되고, 이로 인해 바다와 같은 다른 지역에서 습기를 끌어들이게 되며 이것이 폭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토양 수분과 강수량 사이에 음의 상관관계가 확인됐는데, 이는 토양 수분이 낮을수록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7개 지역 가뭄-홍수 전환 빈발
특히, 북미 동부와 유럽,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호주 남부, 아프리카 남부, 남미 남부 등 7개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에서 홍수로의 급격한 전환이 앞으로 더욱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가뭄에서 폭우로의 전환을 일으키는 물리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향상되면, 급격한 변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조기 경보 시스템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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