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친구보다 적을 더 가까이…메타·엔비디아 끌어들였다 [팩플]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Keep your friend close, enemy closer).
콜레오네 가문(영화 대부2)의 격언을 구글이 AI 시장 확보를 위해 실천하고 있다. 경쟁사 메타(페이스북 운영사)의 AI 모델을 자사 클라우드에 수용하고, AI 반도체 수퍼갑 엔비디아의 손도 덥썩 잡았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합종연횡이 점입 가경이다.
무슨 일이야
29일(현지시각) 구글 클라우드는 연례 기술 콘퍼런스 ‘넥스트 23’에서 자사 클라우드에 생성 AI를 결합한 신 기술·서비스를 공개했다. ▶구글의 AI 개발도구 ‘버텍스AI’에 메타·앤쓰로픽 등 타사의 초거대 언어모델(LLM)을 업데이트하고 ▶엔비디아의 신형 칩 H100을 탑재한 AI용 수퍼컴퓨터 A3를 다음 달 일반 고객용으로 출시하며 ▶업무용 생성AI 도구 ‘듀엣AI’를 이날 출시한다는 내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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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의미야
아마존, MS에 이어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3위인 구글이 AI 시대에 전세 역전을 위해 ‘네 것 내 것’을 가리지 않고 클라우드에 AI 인프라·기술을 결합하고 있다.
① 적도 동지도 ‘우리 생태계’ 안에
이날 구글클라우드는 공식 블로그에서 “메타의 라마2(Llama 2), 앤쓰로픽의 클로드2, 아랍에미리트(UAE) TII의 팔콘 등 새로운 LLM을 버텍스AI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구글 클라우드에서 여러 LLM 중에 필요한 모델을 골라 쓸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그런데 앤쓰로픽은 구글이 투자한 스타트업이지만, 메타와 TII는 AI 개발 진영에서 구글과는 정반대에 선 경쟁사다. 오픈AI(챗GPT 개발사)와 구글이 최신 LLM 기술을 공개하지 않는 반면, 메타는 올해 자사의 LLM 라마, 라마2를 차례로 오픈소스로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TII의 팔콘은 라마를 기반으로 개발된 LLM이다. 구글이 자체 LLM인 팜2(PaLM2)가 있음에도, 투자사뿐 아니라 경쟁사의 AI 모델까지 모두 고객에 제공하며 ‘AI 원스톱 숍’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이날 기조 연설에서 “현재 수만 명의 개발자가 버텍스AI에서 100개 이상의 AI 모델을 사용해 생성AI 활용 SW를 개발하고 있다”며 “우리는 고객의 선택 다양성을 넓히기 위해 개방형 생태계 전반의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② ‘타도할 갑(甲)’ 엔비디아도 협력
구글은 이날 엔비디아와의 반도체 협력 강화도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H100과 구글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만든 가상머신 A3를 다음달부터 구글클라우드 고객용으로 출시한다는 것.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이날 무대 위로 깜짝 등장해 협력을 과시했다. 황 CEO는 “지금은 컴퓨팅과 생성 AI가 결합해 전례 없는 속도로 혁신을 이루는 변곡점”이라며 “이번 협력으로, 개발자들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면서 작업을 가속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H100이 3만 달러(약 4000만원)를 훌쩍 넘는 고가에도 없어서 못 구하는 상황에서, 구글은 고객에게 ‘우리 클라우드로 오면 엔비디아 칩 풍부하다’라고 홍보하고, 엔비디아는 자사 칩의 활용도를 높이며 윈윈한 셈. 이날 협력 발표 후 엔비디아 주가는 4.16% 올랐다.
GPU 시장을 독점한 수퍼 갑(甲) 엔비디아를 대체하기 위해, 구글은 차세대 AI 반도체 칩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클라우드 기업 고객을 늘려가기 위해서라면 엔비디아와 협력에도 적극적인 것.
③ 내 기술·서비스는 계속 고도화
적과의 동침 속에서, 내 기술 연마도 계속한다. 구글은 이날 기업용 AI 서비스 ‘듀엣 AI’도 공식 출시했다. 듀엣 AI는 회의 내용 요약, 이미지 생성, 18개 언어 번역 등의 기능을 갖췄으며, 전 세계 30억 명 이상이 쓰는 클라우드 협업 도구 ‘구글 워크스페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 회사는 이날 자사의 최신 TPU인 ‘TPU v5e’도 공개하며 “이전 제품보다 AI 훈련 성능이 최대 2배, 추론 성능은 최대 2.5배 개선됐다”라고 밝혔다.
구글의 AI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제작 이미지 감별’ 기술도 이날 공개됐다. 버텍스AI에서 생성 AI가 만든 콘텐트에 디지털 워터마크 등으로 ‘made by AI’ 도장을 찍는 기술로, 인간 창작물 속에 AI가 구별 없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피차이 CEO는 “생성 AI의 콘텐트에 대한 워터마킹과 검증을 지원하는 최초의 클라우드 제공 업체가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AI 업계의 화두, 생태계 확장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라면 피아 구분 없이 손잡는 것은 구글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의 최대 투자사이지만, 지난달 “메타의 라마2를 MS의 클라우드 애저 고객이 사용할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지난 28일에는 오픈AI가 MS의 기업용 AI ‘코파일럿’의 경쟁 제품 격인 ‘챗GPT 기업용’을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각 분야의 서비스 회사들과 사업 협력을 맺고 ‘AI 플랫폼’으로 국내 AI 생태계의 중심에 서려 한다. 최근에는 쏘카,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등과 모빌리티·게임·인프라 기업과 하이퍼클로바X 활용 협력을 발표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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