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철거 앞둔 중청대피소

라동철 2023. 8. 31.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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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대피소는 설악산에 있는 5개의 대피소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정상인 대청봉(해발 1708m)과 중청봉(1676m)을 잇는 능선에 들어선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이다.

중청대피소는 대청봉의 길목에 있다.

한계령, 설악동, 백담사 쪽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다 보면 중청대피소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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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동철 논설위원


중청대피소는 설악산에 있는 5개의 대피소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정상인 대청봉(해발 1708m)과 중청봉(1676m)을 잇는 능선에 들어선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이다. 1983년 설치돼 94년 현재의 모습을 갖춘 이 대피소는 설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대피소 겸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대청봉에서 일출을 감상하려는 탐방객들의 숙박지로 단연 최고 인기를 누렸다.

중청대피소는 대청봉의 길목에 있다. 한계령, 설악동, 백담사 쪽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다 보면 중청대피소를 만나게 된다. 탁 트인 능선에 위치해 주변 경관을 조망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대피소 정면에 서면 속초 시내와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이고 공룡능선, 화채능선 등 설악의 우람하고 기기묘묘한 뼈대를 감상할 수 있다. 오른쪽으로는 대청봉이 지척이고, 뒤쪽으로 가면 ‘천상의 화원’ 곰배령을 품은 점봉산이 눈에 들어온다.

40년 동안 탐방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중청대피소가 다음 달 30일까지 운영되고 10월에 철거에 들어간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2017년 처음 밝혔던 철거 방침을 6년 만에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이다. 탐방객과 산악단체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일정을 늦추고 계획을 일부 수정하는 곡절이 있었으나철거는 끝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공단은 시설이 노후화됐고 경관 및 고산지대 환경을 훼손시킨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현 시설을 철거하고 규모를 줄인 새 건물을 짓기로 했지만 숙박과 매점 기능을 없애고 대피소로만 운영한다는 게 공단의 계획이다. 대피소는 유지되더라도 대청봉 인근 숙박이란 가장 큰 강점은 사라지게 됐다. 대청봉 탐방객들의 안전한 산행에도 보탬이 될 리 없다.

설악산의 훼손을 막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더 광범위한 훼손이 불가피한 오색 케이블카 설치의 길을 터준 환경 당국이 중청대피소 용도 변경을 강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중청대피소에 얽힌 추억이 있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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