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이초 사건과 공화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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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조용히 흘리던 눈물이 서이초의 비극 이후 거대한 함성으로 터져 나왔다.
선생님들의 눈물을 닦아 드리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가능한 모든 대책을 마련해 집행하고 있다.
서이초의 비극은 오히려 선생님이 '을(乙)'에 해당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서이초 사건과 선생님들의 눈물은 한국 사회가 더 이상 공화의 가치를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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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조용히 흘리던 눈물이 서이초의 비극 이후 거대한 함성으로 터져 나왔다. 서이초가 있는 서울의 교육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선생님들의 눈물을 닦아 드리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가능한 모든 대책을 마련해 집행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입법 활동이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사이의 진영 공방을 넘어선 접근이 모처럼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선생님과 학생이 모두 행복한 학교는 정치와 행정의 노력만으론 이룰 수 없다.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야 할 과제가 많다. 첫째, 개인의 합리적 행위가 사회와 학교 전체에선 불합리한 결과를 낳는 상황에 대해 살펴야 한다. 공연장에서 누군가가 혼자 일어서서 관람한다고 하자. 당장 그에겐 합리적 행위다. 하지만 다른 관객이 따라 하면 결과적으로 모든 관객이 제대로 관람할 수 없다. 맨 처음 일어난 사람도 결국 제대로 못 본다. 학교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기 아이가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내 아이 지상주의’는 결과적으로 학교를 망가뜨린다.
둘째, 가해자와 피해자의 정체성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상황에서 피해자, 약자이기만 한 사람은 없다. 늘 가해자, 강자이기만 한 경우 역시 없다. 영화 ‘다음 소희’ 속 대기업 콜센터 현장 실습생을 떠올려 보자. 극단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누군가도 익명의 콜센터 직원에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최상류층 엘리트 역시 때론 피해자가 된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 성적을 평가하는 선생님을 ‘갑(甲)’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 권위주의 학교의 경험에서 비롯된 오해다. 서이초의 비극은 오히려 선생님이 ‘을(乙)’에 해당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물론 상대가 ‘갑’이라는 착각이 불합리한 요구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상대가 누구건 ‘갑질’이 잘못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 헌법 1조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한다. ‘민주’와 ‘공화’가 한데 묶인 것이다. 독재에 맞섰던 긴 세월 동안 우리는 민주를 간절히 추구했다. 하지만 공화의 의미에 대해선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 그 숙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리고 헌법 1조2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선언한다. 주권 행사는 다양한 개인으로 이뤄진 공동체의 결정에 참여하는 일이며, 이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상충하는 권리와 의무를 조율하는 주역이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는 권리 행사의 주체인 동시에 주권자로서 의무와 책임을 짊어진 존재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 주체들이 저마다의 요구를 그저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본다.
서이초 사건과 선생님들의 눈물은 한국 사회가 더 이상 공화의 가치를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권리를 당당히 행사하되 교육의 주체로서 짊어져야 할 의무와 책임도 마땅히 감당하는, 그리하여 공화의 가치가 살아있는 학교 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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