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도 한국 핵보유도 한반도 안정에 기여?
한반도 안정적으로 만들어
미소 냉전을 돌이켜 보라
한국 핵보유시 안정성 더 커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 평화·안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공감대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공세적 현실주의'를 주창한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가 정반대 견해를 밝혀 주목된다.
역설적이게도 북한의 핵보유가 '평화'에 기여하고, 한국의 핵보유는 '더 안정적인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2023 한반도국제포럼' 기조강연에서 "현재 처한 상황이 이상적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것은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기보다 안정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선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할 내·외부적 동력이 상실됐다는 '구조적 여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미어샤이머 교수의 견해다. '생존'이 최대 관심사인 북한 스스로 핵포기를 고려할 리 없는 데다, 북한의 핵포기를 강제할 국제사회 단합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궁극적 억지력을 보유하려는 의지'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차이가 없다며 "현존하는 국가 중 가장 강한 미국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데, 왜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기대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핵 없는 北, 中에 안보 의존
中 한반도 관여 강화되면
美中 충돌 가능성 높아져"
무엇보다 그는 한반도 정세 안정에 있어 북한의 핵보유가 비핵화보다 낫다고 밝혔다. 한반도에서의 미중 충돌 가능성을 낮추는 결정적 요소가 북핵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미중 간 '핫스팟'으로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 등 3곳을 꼽으며 "대한민국 관점(입장)에선 미중 경쟁 구도가 최대한 한반도에서 멀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의 중요한 발화점으로 한반도를 언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사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깊이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중국은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 확장억제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북한이 만약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한반도는) 오히려 더 취약한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 없는 북한'은 우방국인 중국에 안보를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중국의 한반도 관여도를 높여 정세 불확실성을 키웠을 거란 주장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할 경우, 한반도에서 미중이 대립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중 간) 재래식 전쟁 위협이 더 커진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주변국들이 신중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을 거란 견해도 밝혔다.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 냉전 동안 직접적 충돌을 삼갔듯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라는 취지다.
같은 맥락에서 미어샤이머 교수는 한국의 핵무장 역시 한반도 안정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확산 체제 수호를 강조하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하고 있다"면서도 "한반도 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한국의 핵보유다. 이는 한국 국익과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신뢰 없이 억제력 작동 안해"
'핵 평화', 우발적으로 깨질 수도
"전반적인 위험 감소가 중요"
다만 일각에선 이론적·논리적 정합성에 지나치게 함몰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돌발적·심리적 변수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키야마 노부마사 일본 히토츠바시대 대학원 법학과 교수는 "북핵이 한반도 안정에 기여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신뢰 없이는 억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억지는 이론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본다. 인간 심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책임적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있지만, 핵전력이 미국에 절대적 열세인 데다 유례없이 공세적인 핵독트린까지 도입해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지난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핵독트린을 법으로 못 박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을 꽃게잡이 등을 계기로 발생한 남북 군 당국 간 우발적 충돌이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안킷 판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보유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고, 선제타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런 모든 것들은 특히 역내 불안정성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전반적인 위험 감소가 중요하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핵억제력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겠지만 충분하진 않다. 전략적 안정 어젠다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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