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천국 비유와 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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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밭에 감춰진 보화라고 설명하는 예수님의 천국 비유(마 13장)는 도통 이상하다.
길 가다 보물을 발견했으면 그냥 조용히 가져가면 될 일이지 굳이 그걸 다시 땅에 묻고 그 땅을 매입하는 이유는 뭘까.
혹여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일상적이지 않은 이득을 취하기라도 한다면 그건 마을 공동체의 상호 분배 체계를 흔드는 행위로 이해했다.
이자로 돈을 불리는 게 우리에게 특별할 게 없지만 예수님 시대엔 매우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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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밭에 감춰진 보화라고 설명하는 예수님의 천국 비유(마 13장)는 도통 이상하다. 길 가다 보물을 발견했으면 그냥 조용히 가져가면 될 일이지 굳이 그걸 다시 땅에 묻고 그 땅을 매입하는 이유는 뭘까. 보물 팔아 치우고 평소 못 먹는 소고기라도 사 먹으면 될 텐데, 이 비유는 엉뚱한 방식을 취한다. 게다가 이 비유를 듣고 다 이해했다고 고개 끄덕이는 청중은 또 뭘까(마 13:51).
우리에겐 낯설지만 그 당시 사람들이라면 이 비유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1세기 팔레스타인 농부들에게 보물은 간직하는 것이지 파는 게 아니었다. 자본을 대여하거나 순환할 때 생기는 위험을 피하는 동시에 이웃의 부러움을 사는 게 그 시대 방식이었다. 21세기 현대인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1세기 평민들에겐 지극히 당연하고 보편적인 일이었다.
토지를 매입한다는 것도 딴 나라 이야기다. 당시 농촌주민의 일상은 우리 선조들의 두레처럼 언제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움직였다. 혹여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일상적이지 않은 이득을 취하기라도 한다면 그건 마을 공동체의 상호 분배 체계를 흔드는 행위로 이해했다. 이런 면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도 당시 하층민의 가치관을 완전히 뭉개는 이야기로 들렸을 것이다.
여하튼 예수님 시대 토지를 매입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제 맘대로 통치할 수 있는 권력자에게만 해당하는 일로 여겨졌다. 그러니 밭에 감추인 보화 비유는 농민으로 대표되는 가난한 이들에게 좀 더 높은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매우 현실적인 설교였을 것이다. 보화를 집에 가져간다는 것은 천국은 이웃에게 자랑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땅을 매입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나라야말로 권력자에게 부당하게 치이는 삶에서 해방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가난한 평민이 보물을 간직하거나 권력가들이 토지를 사들이는 방법은 고대 사회에서 일반적인 자산 운용법에 속한다. 그런데 그 외에도 한 가지 방식은 이자로 자산을 불리는 방법이다. 이자로 돈을 불리는 게 우리에게 특별할 게 없지만 예수님 시대엔 매우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이런 경제활동이 때론 악한 행위로도 치부되었는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이자’라는 말과 ‘새끼’라는 헬라어는 모두 동일한 단어인 토코스(tokos)를 사용한다. 새끼는 생명을 가진 생물이 생식을 통해 낳을 때 자연스럽다. 반면에 생식도 임신도 할 수 없는 돈이 이자(새끼, tokos)를 낳는다는 것은 비자연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걸 악하다고 여겼다. 유대인들이 이자 받는 걸 악한 행위라고 율법에 규정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크세노폰과 아리스토텔레스도 이자는 생명의 원리를 거스른다는 이유로 고리대와 이윤을 추구하는 상거래 행위를 혐오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 고대 사회에서 은행업이나 상인을 왜 천하게 여겼는지, 중세 유럽에서 유대인의 은행업에 ‘사악한 고리대금업’이라는 흉흉한 이름을 붙였는지도 이해할 만하다.
성경을 읽든 역사를 배우든 사회상을 알아야 삼천포로 안 빠진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자가 당연해진 우리 시대에 이자는 어디까지 정당할까. 요즘은 이자가 더 큰 이자를 낳아 사람 목숨도 몰아붙이고, 권력자의 돈은 한밤중 옥수수 자라듯 쑥쑥 크는 걸 보니 돈은 무생물이 아니라 진기하고 무서운 생물인가 보다.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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