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 끝 혈투 시작'…여야, 운영위서 '채 상병·홍범도' 대첩
與, '탈북어민 강제북송' 등 현안에 집중
野는 '채 상병·이동관' 등 주력…'홍범도
논란'엔 "박정희도 남로당 가입" 주장도
여야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놓고 맞붙었다. 아울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자녀의 학교폭력 의혹과 지난 2019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두고도 치열한 갈등을 빚었다. 이틀 뒤 시작되는 이번 정기국회가 역대 최악의 정쟁 무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전초전이 벌어졌던 셈이다.
여야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통령 비서실, 경호처, 국가안보실 등을 대상으로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운영위가 소관기관 관계자들을 불러 현안질의하는 전체회의를 여는 것은 지난 5월에 이어 석 달 만인 만큼 여야는 그동안 축적된 각종 현안들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출석한 오전 회의에서의 최대 화두는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불거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였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점을 집요하게 따져 물으며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웠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사법부가 귀순한 북한 주민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인권위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대변하고 있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귀순 의사를 명백히 밝힌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명백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인권위에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되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인권위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관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한 경위를 따져 묻는데 집중했다. 실제로 박 전 대령은 지난 14일 긴급구제를 신청했지만 인권위의 결정이 미뤄지면서 지난 18일 징계 처분이 완료됐다. 인권위는 신청 15일 후인 지난 29일 뒤늦게 회의를 열고 뒤늦게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려 10일이나 지나 놓고 그때 봤더니 긴급성 요인이 충족되지 않아 기각했다는 게 말이나 되는 행태냐"며 "이런 사례가 앞으로는 있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국가안보실이 채 상병 사망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해병대 출신 대령을 반드시 출석시켜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기도 했다.
점심시간을 이후로 정회했다 재개된 오후 회의에선 앞선 두 현안 외에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자녀의 학교폭력 의혹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야당은 우선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데 집중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긴급구제 신청을 빨리 심사해 박 전 단장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기본 상식인데, 담당 위원회가 내부 갈등으로 실질적으로 긴급구제를 해야 할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긴급구제 신청 기각이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맞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항명, 군기문란이 본래의 채 상병 사망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법률적으로 (이첩된 수사기록) 회수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성명서를 발표한 것 자체가 너무 성급했다. 수사기록을 다시 회수하고 법률적 견해를 달리해 인지보고서 등을 작성한 것이 공문서를 훼손하거나 변질한 것이냐"고 소리 높였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역시 "군검찰이나 경찰에게 수사권이 없다. 수사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져도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새롭게 수사하는 경찰과 검찰에게 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긴급구제 신청 (기각)은 매우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힘을 보탰다.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선 민주당은 남로당 가입 이력이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화를 꺼내들면서 공세에 나섰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남로당 가입과 반란기도죄로 1심 재판에서 사형이 구형됐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 호국비가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것은 응당하냐"고 꼬집었다.
이에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홍 장군은 봉오동전투나 청산리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그 이후 행적을 보면 1950년 우리나라는 기습 남침한 북한에 의해 우리는 동족상잔 비극의 역사를 겪었다"며 "홍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 두는 건 맞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고 주장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박정희 대통령과 비교하면 좀 그렇다. 박 전 대통령은 나중에 우리 국군으로 오신 분"이라고 반박했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홍 장군의 전체 삶이 아니고 후반부의 삶으로 좁혀서 봐야 한다. 육사라는 특수 기관에서 생도들이 매일 경례를 하며 롤모델로 삼아야 될 분을 찾는 기준으로 봤을 때 맞냐는 문제 의식"이라고 거들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자녀의 학교 폭력 의혹을 재차 거론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이 위원장 아들의 학교 폭력 피해자 학생의 진술서에 대한 해명을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이 작성해 기자들에게 뿌렸다"며 "대통령 특보 정도면 아들의 학폭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실 지원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에 김 비서실장은 "이걸 왜 대통령실 비서실에서 작성하겠느냐"며 "전혀 모른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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