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시시각각] 그분들 지난여름 무엇을 했느냐
■
「 삼중수소, WHO 기준치의 0.1%
0.1%가 99.9%를 깔보는 요지경
분열 선동한 이들에 책임 물어야
」
#1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일본의 한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출연자는 한국, 중국, 일본 측에서 한 명씩. 중국을 대표한 한 교수는 시종일관 '과학'을 논하지 않았다.
"일본도, IAEA도 믿지 못하겠다.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말의 반복이었다. 한국 야당 주장과 같았다.
일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발끈했다. 중국 원전 앞바다의 삼중수소 수치가 후쿠시마의 50배라고 받아쳤다.
난 "일단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결과가 계획과 같다면 모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을 것이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확신이 있었다.
첫째,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아무리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어도 내 몸의 방사능 수치는 변함이 없었다.
둘째, 많은 이가 잘 모르거나 알고도 모른 척하지만, 사실 현 시스템상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다.
방류 전에 미리 농도를 측정해 기준치 이하여야만 내보내기 때문이다. 3중 안전장치도 있다.
도쿄전력이, IAEA가 대놓고 한패가 돼 속임수를 쓰지 않는 한 태평양 바다에 영향이 있을 수가 없는 구조다.
#2 그럼에도 지난 24일의 오염수 방류 후 나타난 방사능 수치는 좀 의외였다. 낮아도 너무 낮았다.
방류 직전 측정한 삼중수소 농도는 L당 최대 63베크렐. 일 정부 기준치(6만 베크렐)의 0.1%였다. 99.9%나 낮았다.
바닷물도 비슷했다.
방류 이튿날 원전 반경 3km 이내 열 곳 중 가장 높게 나타난 게 8.1베크렐. 일본 정부 기준(L당 700베크렐)의 1.16%,
세계보건기구(WHO)의 먹는 물 기준(L당 1만 베크렐)의 0.1%다. 수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떨어지고 있다.
원전 인근에서 잡은 광어·성대 등 물고기에서도 삼중수소는 검출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대목에서 이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니, 그동안 이 '0.1%'도 안 되는 것이 진실인 양 국민들 상대로 온갖 선동을 했던 이들은 뭐였나." "결과가 나온 뒤에도 광화문에 모여 '죽창가'를 부르는 이들은 진정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생존을 걱정하는 것인가."
질문은 이어진다.
야당은 "오염수 방류는 '제2의 태평양 전쟁'을 선포한 것"(이재명 대표)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태평양 전쟁 피해국인 미국 정부는 '환영 메시지'를 냈다.
전쟁을 '선포 당한' 다른 태평양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주일 미 대사는 오늘(31일) 후쿠시마를 찾아 후쿠시마산 생선을 먹는단다. 이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돌이켜보면 광우병 파동 때도 광화문에 모였던 세력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9.9%"라며 0.1%와 99.9%를 뒤바꿔치기했다.
이후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 데자뷔다.
#3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중국이 왜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라는 극단적 선택에 나섰을까.
대만 문제를 두고 미국과 손잡은 일본에 대한 정치적 보복의 성격일 것이다.
하지만 난 이 못지않게 한국과 일본을 떼놓기 위해 한국의 야당과 시민단체에 일종의 '모럴 서포트'(도덕적 지원)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본다.
한국 내 반일 감정을 자극하려는 속셈이다. 중국의 단골 패턴이다.
북한·중국·한국 야당(당시 집권 여당)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던 북핵 대응과 어찌 보면 양상이 같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우리 모두 목도했다.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이다.
자,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수년 전 역사 국정교과서 논란 당시 어느 역사학자가 일갈한 말이 생각한다.
"0.1%가 99.9%를 편향이라 비난하는 걸 정상이라고 여기는 자들은 정신이상자다."
맞다. 국민도 ,국가도 이런 비정상적 분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우리 수산업자들을 볼모로 분열을 조장한 '그분들'에게 준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신들은 도대체 지난여름 무엇을 했느냐"고.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kim.hyun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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