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두통, 그 흔하고도 대단한 고통
미국의 세 번째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두통으로 크게 고생했다. 두통이 자주 생기는 편은 아니었고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다. 하지만 두통이 왔다 하면 그 강도가 매우 심했다. 며칠 동안 두통으로 고생하거나 심지어 여러 주에 걸쳐 두통 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제퍼슨의 두통이 어떤 종류였는가는 분명치 않다. 일부 전문가는 편두통이었을 거라고 추측하지만 두통이 오래간 점을 들어 긴장성 두통이었을 거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퍼슨이 두통 증상에 대해 상세한 기록을 남긴 것은 아니어서 확실한 답을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퍼슨의 시대와 우리 시대가 다른 점은 두통에 대한 사람들의 동정심의 정도이다. 200년 전만 해도 두통이라고 하면 그리 심각하진 않지만 통증 면에서는 정말 괴롭다고 여기고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가벼운 문제로 생각하거나 심지어 꾀병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약을 먹으면 쉽게 낫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두통이 매우 흔한 질환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전체 인구의 90% 이상은 살아가면서 때때로 두통을 겪는다. 반면에 평생 두통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도 있다. 2021년 덴마크 연구에 따르면 평생 두통을 경험한 적 없다는 사람이 4%에 이른다. 이들은 어떻게 두통이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두통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여 통증에 둔감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18~70세인 9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이 중 47명은 두통 경험한 적 없는 남성, 나머지 52명은 두통을 경험한 적이 있는 남성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이 통증에 얼마나 민감한지 보려고 얼음물에 손 담그고 통증을 얼마나 느끼는지 조사했다. 실험 결과,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두통 없는 사람이나 두통 유경험자나 비슷했다. 두통이 통증에 더 예민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모든 두통이 진통제로 완화되는 것도 아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불편감과 통증을 유발하거나 만성적으로 이어져 괴로움을 주는 두통도 있다. 사람에 따라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심한 두통, 시각장애나 심한 피로감을 동반하는 두통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병·의원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한 달에 보름 이상 두통약을 먹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두통약 과복용으로 인한 두통으로 고생할 수 있다. 약을 너무 자주 써서 오히려 두통이 더 자주 생기는 것이다. 약으로 매번 통증을 가라앉히다 보니 통증에 더 민감해지고 약을 안 쓰는 날 두통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과학자들의 추측이다. 두통이라고 너무 가볍게 여기거나 무턱대고 약을 먹는 건 피해야 한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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