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里仁爲美(이인위미)
2023. 8. 31. 00:19
공자가 말했다. “인(仁·어짊)이 있는 마을이 아름답다. 인(仁)한 마을을 택하여 살면서도 인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어찌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는가!” 『논어』 ‘이인(里仁’ 편 첫 구절이다.
‘백금매옥, 천금매린(百金買屋, 千金買隣)’이란 말이 있다. “100금으로는 집을 사고, 천금으로는 이웃을 산다”는 뜻이다. 값비싼 주택보다는 좋은 이웃이 더 소중하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호화주택이라도 이웃을 모두 잠재적 공격자로 여겨 담장을 높일 생각만 한다면 그런 집은 이미 집이 아니라 감옥이다. 이런 감옥 같은 집 한 채가 들어서면 본래 어질던 마을도 금세 분위기가 살벌해진다. 어진 마을의 좋은 분위기에 동화하기를 거부하고 혼자 잘난 체 담장만 높이는 사람은 지혜라곤 없는 바보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웃을 따뜻하게 대한다. 나의 따뜻함이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이웃을 따듯하게 하면 온 세상이 따뜻해져서 ‘외톨이’가 생길 리 없다. 당연히 ‘외톨이 흉악범’이 나타날 틈이 없게 되고, 내겐 자연스럽게 ‘안전’과 ‘안심’이라는 행복이 돌아온다. 어진 마을을 아름다운 마을로 여기며 이웃을 어질게 대하면 이웃보다 오히려 내가 먼저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웃은 나의 복(福)밭!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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