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90) 매미
2023. 8. 31. 00:18
매미
이정환(1954∼ )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하늘 보이지 않는 숲속 고욤나무 꼭대기
애타게 부르는 소리
나, 여기 있어요
-에워쌌으니(2015, 책만드는집)
애타게 부르다
여름의 마지막 고비, 매미가 애타게 울고 있다. 중세 한국어에서 ‘매얌매얌’ 운다고 ‘매야미’라고 불렀다가 매미로 바뀌었다.
매미는 3년에서 7년 동안 땅속에서 유충으로 지내다가 지상에 올라와서 성충이 된 후에 2주에서 3주 동안 살다 죽는다. 미국에는 13년에서 17년 동안 유충 생활을 하는 매미도 있으니 성충 매미의 생애는 엄청나게 짧다.
울음 우는 매미는 수매미며 암매미는 울지 못한다. 매미가 우는 것은 암매미를 부르는 것이다. 경쟁적으로 큰 소리를 내서 암컷을 유혹한다. 매미 수컷은 특이한 울음소리를 내기 위해서 자기 몸의 절반 이상을 텅 비워 놓는 극단적인 진화를 한 곤충이다. 시인은 매미가 애타게 우는 소리를 ‘나 여기 있어요’라고 들었다. 사람의 한 생애도 결국은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다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누구를 애타게 불렀을까.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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