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대면 진료 위기…스타트업 현장 “구한말 척화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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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약사 이기주의와 국회 방해로 법제화 난항
대통령은 속도가 중요하다는데 현장은 거꾸로만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내 스타트업 진흥을 위한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가 직면한 복합 위기와 도전 속에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와 스타트업은 우리 혁신의 주역”이라고 말했다. 국내 창업뿐 아니라 해외 창업 스타트업도 지원하고 민관이 함께 2조원의 펀드를 조성해 딥테크와 같은 전략 분야 투자를 늘리는 대책도 나왔다. 올 들어 민간의 벤처 투자가 급감하며 투자 혹한기를 겪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의 ‘돈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현 정부는 경제 도약을 위해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와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양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 지난해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 7개가 탄생하는 성과가 있긴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시야를 세계로 넓혀야 된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국내 스타트업 현실은 세계시장은커녕 국내에서 숨쉬기조차 버겁다.
국내 비대면 진료 플랫폼 1, 2위 업체들이 결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기로 했다. 코로나19가 터진 뒤 2020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이미 효과와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했다. 지난 3년간 우리 국민 1419만 명이 별다른 의료사고 없이 3786만 건의 진료를 경험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비대면 진료를 입법화하는 대신 지난 6월 시범사업으로만 허용했다. 그마저도 진료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코로나 기간 이용자의 99%가 초진이었는데 재진만 허용하고 약 배송도 하지 못하게 했다. 의사·약사 단체 눈치를 본 것이다.
시범사업 석 달이 되도록 입법화하지 못한 건 의사·약사의 고질적인 직역 이기주의와 정부의 눈치보기, 정치권의 규제 본능 탓이 크다. 특히 지난주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약사 출신 야당 위원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무용론까지 주장하며 그야말로 ‘맹활약’했다. 모빌리티 혁신기업의 싹을 잘랐던 타다 사태가 그대로 반복됐다. ‘제2의 타다’ 사태가 괜한 말이 아니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도 못 하면서 어떻게 스타트업 코리아를 꿈꿀 수 있겠나. 법안이 불발된 뒤 비대면 진료 1위 업체인 닥터나우 대표는 “지금 국회가 하는 걸 보면 막을 수 없는 흐름을 막겠다고 구한말 척화비를 세우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척화비는 외국 세력으로부터 조선을 구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세계 주요국이 대부분 허용한 비대면 진료를 직역 이기주의로는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킬러규제 혁파를 강조하면서 “규제를 푸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사업하는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시간”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강조했던 그 아까운 시간이 허망하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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