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만금 빅픽처’ 주문한 총리…전면 재검토 타당하다
신공항 건설·습지 매립·새만금호 담수화 득실 따져야
산업 인프라 확충, 생태·관광 고려한 마스터 플랜 시급
한덕수 국무총리가 그제 국토교통부에 새만금 계획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국토 확장 명분과 소외 지역 배려라는 정치 논리에 따라 진행된 국가 예산 퍼붓기가 32년 만에 처음 제동이 걸렸다. 이제라도 무엇을 위한 사업인지, 과연 그 목적에 맞는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게 돼 다행이다.
살펴볼 사항이 많다. 우선은 새만금신공항이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은 여러 조사에서 드러났다. 1조원가량 드는 사업인데, 개항(2029년 예정) 이후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새만금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무안·청주 공항도 이용률이 낮다. 신공항 건설 여부에 새만금 내의 도로·철도 공사가 영향을 받는다. 공항을 짓지 않을 경우 KTX 연장(익산역에서 새만금으로)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땅을 계속 매립해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미 서울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매립지가 조성됐다. 기존 계획에는 이만큼을 더 매립하게 돼 있다. 그 땅을 무엇에 쓸지는 알 수 없다. 새만금의 30%는 농지로 지정돼 있는데, 현재 수단그라스라는 풀만 재배한다. 땅에 염분이 많고 농업용수 공급이 되지 않아 아직 농경지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매립된 땅의 절반가량이 산업용지로 지정돼 대형 산업단지의 조성 공간은 이미 확보됐다. 더 필요할 때 추가 매립해도 된다. 뚜렷한 계획 없이 한 해 수천억원을 매립 비용으로 쓰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새만금호도 원점 재검토가 바람직하다. 당초에는 담수호로 만들 계획이었는데, 물이 고여 썩는 바람에 방조제 갑문을 열어 해수를 들이고 있다. 담수화 계획을 완전히 접으면 해수 유통을 늘려 경관이 뛰어난 만(灣)으로 조성할 수 있다. 그리하면 새만금 내 습지가 상당 부분 보존된다. 순천만과 같은 생태·관광 자원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아직 매립되지 않은 해창·수라 갯벌 터는 멸종 위기 철새의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 새만금 건설 예산이 78% 삭감되고 총리가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자 더불어민주당과 호남 정치권 등에서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지역의 걱정과 불만이 이해된다. 하지만 국가 토목 예산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건 바람직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정부는 지난달 새만금을 2차전지 특화 산업단지로 지정했고, 몇몇 대기업이 투자를 약속했다. 산업 인프라를 확충해 생산시설과 일자리를 늘리는 게 궁극적으로 지역경제를 살린다. 전북 전주 출생인 한 총리는 국토부에 “전북 경제에 실질적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픽처’를 짜 달라”고 주문했다. 애물단지 새만금을 희망의 땅으로 바꿀 창의·혁신적인 마스터 플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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