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조 펀드 만들고, 전국에 창업공간 ‘스페이스K’도

현일훈, 김남영 2023. 8. 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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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부 주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민간·시장 중심으로 과감히 바꿔야 한다”며 스타트업 육성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민간 중심·시장 중심으로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말한 뒤 “정부 직접지원에 의한 창업자의 양적 증가·내수시장에 안주하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투자를 주도하고, 정부는 민간 펀드 출자와 세제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의 구체적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와 스타트업은 혁신의 주역”이라며 “우리 정부가 들어선 이래 7개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이 탄생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경제 환경에 맞춰 근본적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석 기업인들에게는 “세계시장을 우리가 차지하겠다. 또 그들과 함께 세계시장을 더 키워가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스타트업 인프라를 갖추고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커나가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열심히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 지원 방안으로 딥테크 같은 전략 분야는 대기업·금융권 등과 2조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결성하고 정부가 힘을 보태겠다는 계획을 직접 밝혔다. 또 회의 중 기술 탈취 문제가 언급되자 “기술 탈취는 중범죄”라며 “단호하게 사법 처리해야 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고 보복당하지 않게끔 국가가 지켜주겠다”고 했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는 불필요한 규제도 제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회의에서 중장기 창업정책 방향을 담은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을 5개로 늘리고, 서울의 창업·벤처 생태계 순위를 현재 10위에서 7위로 상승시키는 것 등이 목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를 아시아 1위, 글로벌 3대 창업 국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패러다임이 국내에서 해외로, 단순 자금 지원에서 통합형 지원으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간 정부 지원이 국내 창업 위주에 보조·출연 등 단순 지원 중심이라 스타트업의 성장 동기를 자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차준홍 기자

◆K스타트업 글로벌화=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한국인도 정부 지원을 받을 길이 열린다. 다만 고용 창출 등으로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이어야 한다. 해외 벤처캐피털에서 일정 규모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팁스’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쉽게 창업하고 스타트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개발도상국 우수 대학생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고 국내 스타트업에 취업하도록 돕는 ‘K테크 칼리지’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프랑스 스타트업 허브 ‘스테이션 F’를 벤치마킹해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 등이 교류할 수 있는 ‘스페이스K’를 수도권에 조성한다.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 ‘K스타버스’도 추진한다.

◆민관 합동 펀드=정부가 5000억원, 민간이 1조5000억원을 각각 출자해 내년부터 2027년까지 총 2조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딥테크(원천 기술), 글로벌 진출 등에 집중 투자한다. 보조금이나 출연금으로만 구성됐던 창업지원금을 보조금에 투자·융자를 결합하는 형태로 다각화한다.

◆지역 창업 지원=지역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 스페이스K’(가칭)로 지방 청년창업 복합공간을 구축한다. 지역 내 산발적으로 위치한 스타트업 혁신 기관과 유관 기관을 ‘스타트업 클러스터’ 내로 집적한다. 스타트업 클러스터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민간이 주도하는 전담 기관도 신설할 계획이다.

◆대기업도 함께=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중기부와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유망 팹리스 스타트업을 선발해 지원하는 ‘팹리스 챌린지’ 같은 협력 프로그램을 인공지능 등 초격차 10대 분야 전체로 확대한다. 기업형 벤처캐피털이 적극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외부 출자 및 해외투자 한도 규제 등도 손보기로 했다.

◆창업 분위기 조성=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기업가정신 관련 인정 도서를 개발하고, ‘발명과 기업가정신’ 등 과목 편성도 추진한다. ‘과학기술전문사관’ 제도를 창업교육·창업 사업화 지원과 연계한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비자·군복무 문제 등 그동안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 요청해 왔던 것들이 상당수 반영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아직 계획 단계이므로 제대로 실천되는 것이 중요한데, 중기부뿐 아니라 관계 부처에서도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일훈·김남영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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