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누르면 나오는 그림 인정 못한다? AI가 그린 그림 ‘저작권’ 논란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8. 3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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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들어낸 작품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사진은 생성형 AI 붐을 일으킨 ‘챗 GPT’. (로이터)
“마우스 몇 번 딸깍하면 3초 만에 나오는 그림에 저작권이 있나?”

지난 5월 웹툰업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터졌다. ‘AI’가 그린 작품이 등장한 것. AI가 그린 만화의 저작권을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이후 해당 작품을 그린 작가가 검수 과정에서만 AI를 활용했고, 앞으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해당 사건은 국내에서 AI 저작권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비단 국내뿐 아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도 AI의 저작권 인정·침해 여부를 둘러싼 첨예한 논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AI가 무단으로 베껴 만든 작품

저작물로 인정할 수 없다?

AI 저작권 논란은 둘러싼 쟁점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AI가 각종 데이터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저작권 침해’다. AI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만들어진 방대한 자료를 입력하는 학습 과정을 거친다. 이때 그림·글·사진 등 저작권이 걸린 작품을 AI가 무단으로 베낀다는 지적이다. 다른 하나는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AI가 3초 만에 무작위로 생성해낸 자료에 ‘저작권’을 부여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AI는 작품을 학습할 때, 저작물 데이터를 복제하고 자체 자료 서버로 전송한다. 이 과정에서 저작물의 권리를 침범하게 된다. 따라서 자료를 학습할 때마다 저작권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AI는 학습 과정에서 수십만 개의 데이터를 기계적으로 복제·전송하며 복습한다. 대규모 데이터가 오가는 만큼 저작권자에게 일일이 동의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저작권자 동의를 안 받아도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다면 ‘공정이용’으로 분류되고 저작물을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문제는 AI의 저작물 학습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AI 고도화를 위한 학습용 자료로 사용했을 때는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러나 저작물을 복제한 뒤 데이터베이스화해 계속 보관하거나, 학습 저작물 일부를 그대로 결과물로 내놓는 경우는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AI 저작권 인정 여부 둘러싼 논쟁

치열한 찬반 대결 각각의 논거는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한창이다.

아직 법적으로는 AI 생성물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 ‘인공지능 저작물’ 개념을 명시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만 된 상태다. 해당 법안은 인공지능 저작물 저작자를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해 저작물을 창작한 자’ 또는 ‘인공지능 저작물의 제작에 기여를 한 인공지능 제작자·서비스 제공자’ 등으로 정의한다. 즉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해 저작물을 생성한 작가 또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자에게 저작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AI의 저작권과 특허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측은 사회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AI에 의한 창조 행위를 장려함으로써 우수한 발명이 양산돼 사회적으로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AI의 저작권, 특허권을 인정할 경우 창조 행위를 하는 AI 자체에 대한 더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이 이뤄져 AI 분야 산업 자체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반면 AI의 저작권, 특허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측은 AI가 인간과 같이 창작 행위에 노력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AI가 들이는 노력이 없는데 AI에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더 많은 발명 활동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AI에 직접 권리를 부여하게 된다면 그 AI를 개발할 능력(막대한 컴퓨팅 파워, 데이터 수집 능력)이 있는 일부 기업들이 권리를 독점한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다만, 치열한 논쟁과는 별개로 현재 전 세계적인 트렌드는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 저작권청 심사위원회는 2022년 2월 AI 창작 미술 작품의 저작권 등록을 거절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사람에 의한 창작 과정이 있어야만 저작권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반박한 일부 작가가 저작권청 결정이 무효라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미 법원은 저작권청 손을 들어줬다.

올해 8월 19일 AI가 만든 창작물은 저작권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 국내에서는 서울행정법원이 6월 30일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인터뷰 |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원재 법무법인 율촌 변리사
지식재산권 보호 대상은 아직 ‘인간’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좌), 이원재 법무법인 율촌 변리사(우)
서울행정법원은 6월 30일 미국 AI 개발자 테일러 스티븐 엘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출원무효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특허청 손을 들어줬다. 법무법인 율촌의 임형주 변호사와 이원재 변리사가 특허청을 대리해 승소를 이끌어냈다. 임 변호사와 이 변리사는 AI의 저작권과 특허권에 대해서 사회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두 사람은 국내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Q. 현행 법령하에서 AI 저작권이 어떻게 보호되고 있나.

A. 특허의 경우, 특허법 제33조는 발명을 한 ‘사람’ 또는 승계인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허법상 발명자는 사람(자연인)으로만 한정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저작권의 경우, 저작권법은 제2조 제1호, 제2호에서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인간이 아닌 AI는 저작물의 저작자가 될 수 없음이 법 문언상으로는 명확하다. 다만 AI의 발명 또는 창작에 특허권이나 저작권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AI 도움을 받아 발명이나 창작을 한 경우 인간의 창의적인 노력이 포함돼 있다면 그 인간에게 특허권 또는 저작권이 부여될 수는 있다. 미국 저작권청은 지난 3월부터 위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Q. 현재 AI 저작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다.

A. 2020년 12월 21일 주호영 의원 등 11인이 ‘AI의 저작물’이라는 개념을 명시적으로 저작권법 체계에 도입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바 있다. 해당 저작권법 개정안은 AI가 아니라 AI 서비스를 이용해 저작물을 창작한 자 또는 AI 저작물의 제작에 창작적 기여를 한 AI 제작자·서비스 제공자 등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한다. 또 해당 AI의 창작물을 특별한 저작물로 취급해 5년간 보호한다는 것이다. AI 산출물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할지, 부여한다면 AI 그 자체를 발명자 또는 창작자로 인정할지 등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를 도출하고 입법화해 해결할 사안이다.

Q. AI가 다른 창작물을 학습할 때, 해당 창작물의 저작권을 침범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당 문제를 막기 위한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나.

A. 학습용 데이터셋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제3자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을 통해 데이터 부정취득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추가됐다. 데이터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을 보다 명확히 한 측면이 있지만, 아직 어느 범위까지 자유롭게 수집하고 AI 학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경계는 없는 상황이다. AI 관련 기술 확보는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다. 신속하게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AI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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