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조기 종료하는 K리그 여름이적시장, 유연한 변화로 약점 상쇄하자

서호정 기자 2023. 8. 30. 19:42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유럽 축구는 대부분 리그가 개막했음에도 여전히 유명 선수들의 이적 여부로 뜨겁다. 대다수 유럽 리그가 9월 1일 자정에 여름이적시장의 문을 닫는다. 마지막 날까지 전력 보강을 위한 각 구단, 선수, 에이전트의 분주한 움직임은 축구라는 컨텐츠를 생산, 소비하는 많은 이들의 주요 이슈다. 


반면 K리그의 여름이적시장은 일찌감치 종료됐다. 지난 6월 23일 시작해 7월 21일 끝났다. 프로축구연맹은 이적시장을 '선수등록' 기간으로 공식 표현한다. 1월부터 3월까지 진행되는 K리그 겨울이적시장은 정규 선수등록 기간, 7월에 진행되는 여름이적시장은 추가 선수등록 기간이다. 


유럽의 여름이적시장보다 40일 먼저 끝나다 보니 K리그는 낯선 상황을 맞았다. K리그의 특급 유망주인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스토크시티), 이한범(FC서울->미트윌란)이 8월 말 유럽 이적이 성사돼 팀을 떠났다. 일찌감치 유럽으로 간 김지수(성남FC->브렌트포드), 양현준(강원FC->셀틱), 권혁규(부산아이파크->셀틱)와 함께 최근 K리그가 배출하고 있는 유망주의 수준을 알린 희소식이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선수들은 꽤 큰 이적료를 남기고 유럽으로 갔다. 하지만 이적 타이밍에 따른 각 팀들의 후속 대응도 차이가 난다. 성남, 강원, 부산은 꽤 큰 자금을 쥐고 이적시장을 잘 활용했다. 반면 대전과 서울은 배준호, 이한범이 각각 30억원과 2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남기고 갔음에도 선수를 더 등록할 수 없었다. 


유망주지만 팀의 주축 선수가 빠지며 감당해야 할 전력 누수를 그대로 안고 잔여 시즌을 치르는 것이다. 유럽 진출은 선수의 동기부여, 이적료와 육성이라는 구단의 성과, 한국 축구 전체의 업그레이드 등이 걸렸기 때문에 막을 명분이 적다. 떠난 선수의 공백을 메우는 건 오롯이 구단 만의 숙제인데 그게 원천 봉쇄된 시점에 떠난 케이스가 나온 것이다. 


추춘제를 하는 탓에 리그를 시작하는 시점이 아예 다른 유럽이 아닌, 같은 춘추제를 하는 다른 리그의 사정을 알아보자. 일본 J리그는 지난 8월 16일 여름이적시장을 마감했다. 중국 슈퍼리그도 K리그보다 열흘 늦은 7월 31일에 여름이적시장을 정리했다. 확실히 K리그가 일찌감치 선수 이동과 전력 보강 가능성의 문을 닫는다. 


왜 K리그는 여름이적시장을 조기 종료할까? 선수등록 기간을 산정하는 기본 시스템 원칙을 알아봤다.


전 세계 축구의 본산인 FIFA는 1년에 총 16주의 선수등록 기간을 상정한다. 이것은 전 세계 모든 리그 공통이다. 이 기한을 어떻게 배분해서 쓸지는 각국 협회나 연맹의 선택에 달렸다. 일반적으로는 12주+4주 시스템이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공백기에 12주, 그리고 시즌 중 4주를 하는 것이다. 


K리그에 대입하면 겨울이적시장이 12주, 여름이 4주다. K리그는 3월에 개막해 12월에 끝나는 춘추제로 하는 탓에 여름과 겨울이적시장의 개념이 유럽과 반대다. 8월에 시즌을 시작해 5월에 끝나는 추춘제의 유럽은 보통 여름에 12주, 겨울에 4주를 한다. 


이 차이가 여름이적시장에 새로운 이슈를 낳고 있다. K리그도 선수가 오고 가는 상황이 글로벌화 됐다. 유럽 진출의 비중이 해가 갈수록 느는 추세다. 기본적으로 해외 진출에 대한 선수들의 의지, 그로 인한 구단의 이적료 수익에 대한 니즈도 크다. 그러다 보니 여름이적시장 기간의 상대적 격차가 서서히 각 구단에 현실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K리그 현장에서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이적 기한 16주를 현재의 12주+4주 형태가 아니라 10주+6주 형태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기존보다 2주 정도 늘리면 여름이적시장의 목적인 빠른 전력 보강을 통한 반등과 국제 이적 문제에 대한 구단 대처, 두마리 토끼를 잡기 용이하다는 게 최근 나오는 현장의 아이디어다. 


K리그가 현재 이적시장 기간을 고수해 온 것도 근거는 있다. 우선 각 구단들이 전력 강화를 위해 영입한 새 선수들을 활용할 타이밍을 빨리 잡길 원한다. 6월 말, 7월 초에 선수등록이 시작되는 이유다. 시즌 중간에 선수 보강을 하는 타이밍을 전체 일정의 중반으로 삼을 필요도 있다는 게 연맹의 입장이다. 


8월 중순에 마감을 하면 올 시즌 기준으로 K리그1 26라운드까지 진행된 타이밍이다. 전체 38라운드 기준으로 선수 보강 타이밍을 너무 늦게까지 허용한다는 느낌을 준다. 올 시즌 여름이적시장도 전체 일정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19라운드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을 고민할 때가 왔다는 지적이 많다. AFC 챔피언스리그가 올해부터는 추춘제에 들어가는 등 아시아권 전체의 축구 시스템이 크게 요동치는 상황에서 전력 보강의 기회를 K리그가 먼저 닫아버리는 상황이다. 가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한달여 앞둔 8월에 핵심 선수의 부상이나 이탈이 발생하면 K리그는 후속 대처가 불가능하다. 대외적인 성과를 내는 데도 어려움이 오는 것이다. 


J리그가 최근 리그 개막 시스템을 현재의 춘추제에서 추춘제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하며 준비하는 것도 시스템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을 쫓아가기 위해서다. 추춘제라는 극단적인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K리그의 현실이라면 여러 정책과 시스템, 제도라도 유연하게 쫓아가도록 아이디어를 낼 필요가 있다. 


여름이적시장의 조기 종료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목소리가 많다. 몇몇 감독과 단장,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K리그가 비슷한 레벨의 다른 리그보다 이적시장 마감이 빠르다 보니 에이전트들이 영입 비용을 부풀려 제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 같은 선수인데 한 쪽에서는 2배의 연봉을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을 갖고 협상도 하고, 그 선수의 가치에 대해 더 확실히 알아보고 선택해야 하는데 일정에 쫓겨 급하다 보니 웃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일부 외국인 선수들이 이런 이적시장 종료의 시간 차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쇄할 수 있다. 음주운전 등 도덕성 문제로 각 구단이 계약을 정리하면 FA 신분으로 이적시장이 열려 있는 해외로 떠나버린 경우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K리그가 아무리 중징계를 내려도 해당 선수는 별 피해가 없고 구단만 손해를 본다.


프로축구연맹은 "구단들 다수의 요구가 있다면 대표자 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며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2024시즌은 이미 각 구단들로부터 특별한 의견이 없어 2023-2024시즌 계획을 요구한 FIFA에게 기존의 12+4주 형태의 운영안을 최근 보고한 상태다. K리그가 여름이적시장 기간에 변화를 준다면 그것은 2025시즌부터 적용 가능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