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질곡의 역사 70년… “우리 세대가 분열을 매듭짓자”

2023. 8. 3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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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나라에는 아무도 만질 수 없는 상처의 역사가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엉키고 엉켜 아무도 이것을 풀 수 없을 뿐 아니라, 풀고자 시도하는 자마다 군중의 분노에 삼켜져 찢겨 지고 만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서 이제 이 상처가 우리 사회에 지워지지 않는 문신과 같이 새겨지고 말았다. 상처의 역사가 만들어내는 분열은 대한민국 전체에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져가고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 회사와 노동자,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남자와 여자 등 대한민국의 모든 것들이 서로를 혐오하며 분열하고 있다.

이 나라의 분열의 역사는 1919년 대한민국의 국호가 정해지던 임시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임시정부의 인사들은 좌우 노선의 갈등과 함께 출신과 지역을 따지며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국가의 주도권을 두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복 이후에 교회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일본이 물러나면서 남기고 간 적산기업들과 재산의 소유권을 두고 싸우는 일이었다. 일본에 부역한 교회가 누구였는지, 끝까지 독립운동을 하며 일본에 저항한 교회가 누구였는지 서로를 고발하며 많은 교단과 교파로 분열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교회의 분열은 3년간의 참혹한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각 교회와 교단은 신사참배의 죄악을 두고 서로의 신앙적 정통성을 주장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70여 년의 역사는 여러 역사적인 아픔으로 인해 서로를 정죄하며 분열해온 역사였다. 실로 오늘날 대한민국 분열의 근원에는 먼저 교회의 분열이 있었다.

근 7~8년 사이에 교회는 정치적으로 극심하게 양극으로 분열됐다. 과거에는 여러 국가적 정치적 위기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여전히 하나님의 집이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하나님의 종이 좌파 목사와 우파 목사로 불리며 분류됐고, 모든 이 땅의 교회들이 절반으로 갈라져 신음하게 됐다. 어느덧 교회 안에 이러한 극심한 정치적 갈등이 없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시간이 흘러버렸다.

영적 핵 개발 경쟁

지난 15일에 ‘오펜하이머’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독일의 나치보다 먼저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미국의 맨하탄 프로젝트의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핵무기를 개발하는 쪽이 승리하는 극단적인 전쟁의 판도 속에서 미국의 세계 최초 핵실험인 트리니티 실험을 이끈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삶을 다룬 영화이다.

세상 만물에 하나님께서 자연 계시를 숨겨놓으셨기 때문에 핵분열과 핵융합이라는 자연의 원리에서도 이 시대를 향한 특별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우라늄-235’라는 물질은 중성자 한 개와 충돌하면 두 개의 작은 물질로 분열하면서 큰 에너지를 내게 된다. 분열 과정에서 방출되는 또 다른 세 개의 중성자가 다른 우라늄 원자들과 충돌하면서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되면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원리를 활용해 만들어진 것이 원자폭탄이다. 반면 핵융합은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돼 헬륨이 되는 과정에서 큰 에너지를 발생시키게 되는데, 이 원리를 활용한 무기가 바로 수소폭탄이다. 핵융합은 이 과정에서 핵분열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 시대는 마치 두 진영이 핵무기 개발을 두고 경쟁하는 것과 같다. 분열을 통해 얻어지는 막대한 분노의 에너지와 융합을 통해 얻어지는 막대한 용서와 회개의 에너지 간의 대결인 것이다. 분노와 용서는 강력한 연쇄작용을 일으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격렬하게 분노하는 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주변으로 그 분노는 전이된다. 또한 누군가 원수 되었던 자 앞에 무릎 꿇으며 용서를 구할 때 이 용서와 회개가 주변 사람에게 전이된다. 이처럼 분노와 용서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치며 엄청난 연쇄적인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국가를 통치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분노의 에너지를 충동질해서 국가를 통치하는 방법이 있고, 화해와 용서의 에너지를 통해서 국가를 통치하는 방법이 있다. 전통적으로 대중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분노를 통해 그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통치자를 향한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외부에 적을 만들거나 분노를 쏟아 낼 다른 대상을 성난 군중 앞에 내놓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언론과 미디어는 현재 국민들에게 매일 분노의 대상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두려운 사실은 어느 임계점이 되면 이것이 하나의 분열에서 멈추지 않고 대규모 연쇄작용이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성경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 살인과 같다고 말한다. 미움의 끝에는 반드시 죽음과 멸망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미워하면 개인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지만 국가가 미워하면 국가 전체에 죽음의 그림자와 전쟁이 찾아오게 된다.

어두운 진영의 핵 개발이 완성단계에 이르렀음을 느낀다. 흉기 난동 사건이 전국에서 수십 건의 모방범죄를 일으킬 만큼 연쇄작용을 일으키고 있고, 한 학생이 학교에서 교사를 폭행하는 일이 일어나자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의 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충분한 임계질량과 밀도를 갖춘 핵물질이 이제 대규모 연쇄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것이다.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 말라

이스라엘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가보면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말라’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이 역사를 대하는 태도이다. 그들은 600만 명이 가스실에서 학살당한 역사적 아픔을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다음세대에게 독일과 서방세계를 향한 복수가 아닌 용서를 가르친다. 왜냐하면 용서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용서하지 않으면 결박되어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우리는 서로를 용서해야 한다.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하나님께 구해야 한다. 지금 이 나라가 많은 상처들로 엉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 해결책이 간단할 수 있다. 십자가에서 자신을 못 박는 자들을 용서하신 예수님처럼, 이 역사의 매듭을 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두고 서로 용서하는 것이다. 1만 달란트를 탕감해주신 주님 앞에서 100데나리온 빚진 자를 용서하는 것이다.

좌우 갈등이 첨예한 지금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매우 조심스럽다. ‘용서하고 매듭짓자’라는 메시지 자체에도 ‘무엇을 용서하자는 거냐?’라며 반문할 수 있다. ‘과거사 반성도 없이 미래만 이야기하자는 것인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혼합하자거나 적당히 서로 절충해서 진리를 타협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각자의 의와 판단의 칼을 내려놓고 말씀과 진리 앞에 엎드려 자신의 죄와 상대방의 죄를 회개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간음을 분별하고 미워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는 손에 든 돌을 내려놓으라는 예수님의 음성 앞에서도 내 안의 미움으로 손에 든 돌을 쉽사리 내려놓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해야만 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분별할 수는 있지만 미워할 권리는 주지 않으셨다. 역사에 대한 인간의 판단은 항상 큰 딜레마에 빠진다. 누가 의인이고 누가 악인인지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역사라고 하는 큰 수레 안에서 대부분의 개인은 상처 입은 피해자일 뿐이다. 역사의 모든 것을 들추어서 선과 악을 가려내고 악을 심판하고자 해서는 안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모든 죄악을 들춰서 죄값을 치르게 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되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며 서로를 용서해야 한다.

우리도 풀지 못하는 갈등을 우리 자녀들에게 그냥 던져주고 가버리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것이다. 회개와 용서를 통해 분열의 역사를 매듭짓는 일, 이것이 통일된 대한민국의 2막이 시작되기 위한 하나님의 엄중한 명령이라고 믿는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 애굽의 정신과 옛 가죽 부대를 가진 자들은 한 사람도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나님은 광야에서 태어난 새로운 세대들을 통해 하나님 역사의 다음 막을 열어가신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부으신다. 우리 세대가 겪은 애굽의 아픔과 저주를 가나안에 들어갈 다음세대에게 전달하지 말자. 우리 세대가 이 아픔을 다 감당하고 막아서서 매듭짓자. 엉망이 된 스케치북을 한 장 뒤로 넘기고 우리의 자녀들이 새로운 백지장 위에 하나님의 역사를 쓰게 하자.

다가올 통일의 미래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살길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영적인 시계를 바라볼 때 또 국제정세를 바라볼 때 이제는 매듭져야 할 때가 왔다. 회개와 용서를 잘 매듭짓고 나면 이제 한국에 또 한 번의 대부흥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 시대를 여는 열쇠가 회개와 용서인 것이다.

이 회개와 용서의 부흥 없이 통일이 된다면 이 나라는 다시 팔도로 나뉘어서 싸우게 될 것이다. 영남과 호남이 서로 수용할 수 없다면 함경도와 평안도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는가. 이 무거운 담론을 사회에 제시할 수 있는 곳은 교회밖에 없다. 이러한 용서의 핵폭탄이 터지고 나면 이 나라에 봄이 찾아올 것이다. 우리가 서로 미웠던 만큼 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그러고 나면 하나님이 이 나라를 강권적으로 통일로 이끌어가실 것이다.

올해 7월 27일이 정전협정 70주년이었다. 이제 70년의 북한의 노예살이 복역의 기간도 끝이 났다. 과거 하나님께서 평양에 대부흥을 주셨는데 우리는 신사참배의 죄악을 저질렀다. 동방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리던 평양 땅에서 목사들이 대동강 물에 들어가 태양신에게 침례를 받는 일이 일어났다. 하나님은 그 죄악으로 말미암아 이 나라와 특별히 평양을 징계하셨고, 북한과 평양은 70년간 태양신 김일성 밑에서 종살이를 해야만 했다. 주님께서 이제 그 징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다음 장으로 이끌어가고자 하시는 것이다.

이제 이념으로 가스라이팅 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이념적 갈등을 넘어 민족적 부르심을 따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 어른 세대들의 앙금은 어쩔 수 없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시대적인 아픔과 상처들이다. 누군가는 군대에 끌려가서 전투경찰이 되어 곤봉을 들어야 했고 누군가는 민주화를 요구하며 화염병을 들어야 했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역사의 소용돌이 속 피해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감정의 응어리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정치적인 세대가 아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역사의 소용돌이가 끝나고 나서 태어난 세대이기 때문에 그런 이념적인 갈등을 경험하지 않았다. 나와 같은 40대의 젊은 목회자 입장에서는 부인할 수 없이 양측 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애쓰신 분들인 것이다. 누군가는 산업화에 기여했고, 누군가는 민주화에 기여했다. 두 가지가 다 융합이 되어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된 것이지 누구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나라의 시대정신은 ‘매듭’이다.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2막을 쓰자. 그것은 선교하는 나라 제사장 나라 대한민국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으로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뻗쳐 나가야 될 선교적 에너지가 국내 안에서 치고받고 싸우느라 다 소진되고 있다. 이 나라의 사명이 북한을 새롭게 하고 열방을 새롭게 하는 제사장 국가라고 믿는다면 누군가는 이 매듭을 지어줘야 한다. 그것이 기성세대 어른들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그때의 아픔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더라도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분노와 저주를 대물림하며 이 나라를 망가뜨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지금 세계로 뻗쳐나가야 할 우리 다음세대가 한국 안에서 묶여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교사가 되어도 교사들 간 출신 지역을 따지며 당파를 짓고, 열심히 준비해서 대기업에 취직해도 호남 라인과 영남 라인을 따지면서 또 줄을 서고 있다.

다음 세대들이 ‘너희 아빠 고향이 어디냐?’를 따지면서 살아간다고 한다면 그것은 저주이다. ‘너는 어디로 선교하러 갈 거냐? 어디로 하나님께서 콜링하셨냐?’ 이런 대화가 오고 가야 하나님이 이 나라를 축복해 주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옛 패러다임에 마침표를 찍어주자. 한국교회가 먼저 화해하고 용서하며 이 민족을 축복하자.

데이비드 차 목사(한국명 차형규)
KAM선교회 대표
물맷돌평생교육원 대표
도서출판아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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