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이 홍범도 강제이주시켰는데... 윤석열 정부 이러면 안 돼"

박수림 2023. 8. 3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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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고려인들 "홍 장군은 우리의 상징"... 독립운동단체들 흉상 철거 백지화 등 요구

[박수림, 유성호 기자]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인 계이리나씨(가운데)와 러시아 출신 고려인인 노송달 대한고려인협회 회장(뒷줄)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시민모임 독립, 카자흐스탄 독립운동가후손 청년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계획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육군사관학교(육사)와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의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6개 독립운동 관련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흉상 철거 백지화, 국방부 장관 및 육사 교장 파면, 책임자 처벌, 대통령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엔 "홍범도 장군을 상징처럼 여기고 있다"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에서 온 고려인 후손들도 참석해 "윤석열 정부는 독립운동 역사 지우려는 반헌법적 행태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시민모임 독립, 대한고려인협회, 카자흐스탄 독립운동가후손 청년회는 30일 오후 2시 국방부가 내다보이는 전쟁기념관 6.25기념탑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로지 조국 독립만을 외치다 타국만리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해 쓸쓸히 생을 마감한 홍범도 장군의 흉상마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이리저리 떠돌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출신 고려인인 노송달 대한고려인협회 회장은 "고려인들은 홍범도 장군을 상징으로 생각한다"면서 "홍범도 장군이 (스탈린 정권의 소련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분인데 다시 강제로 이주(흉상 철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한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인 계이리나씨는 "한국에서 독립운동가들을 어떻게 모시는지 롤모델로 삼으며 보고 배우고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일이 절대 발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홍범도 장군과 관련된 모든 일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그는 홍범도 장군보다 2년 빨리 한국에 유해가 봉환된 독립운동가 계봉우 지사의 후손이다.

홍범도 장군은 독립운동과 함께 연해주에서 고려인 지도자로 활동하다 1937년 스탈린 정권에 의해 당시 소련 영토였던 현재의 카자흐스탄 땅으로 강제로 이주당했다. 

"홍범도 흉상 이전, 정권 인식 드러나... 윤석열 정부 과유불급"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시민모임 독립, 카자흐스탄 독립운동가후손 청년회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백지화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오광영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와 채예진 대한고려인협회 부회장은 "흉상 철거 문제를 두고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국민적 상식에 반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라며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다 하신 독립전쟁 영웅의 명예를 더럽히고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것은 평소 독립운동가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는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항일독립전쟁 영웅 다섯 분의 흉상 철거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독립운동가의 명예를 훼손하고 헌법적 행위를 지시한 자는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며 "국방부발 역사 쿠데타를 당장 멈추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육사는 가능하면 (교내 기념물을) 육군 창설 혹은 육사 창설, 군과 관련된 인물들을 하는 게 좋겠다는 방향"이라면서 "이분들 중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던 사람(홍범도 장군 지칭)도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5년전엔 "독립군 계승" 자랑하던 국방부, 정부 바뀌자 선 긋기? https://omn.kr/25d9o)

뿐만 아니라 국방부는 2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의혹", "평가"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홍범도 장군을 자유시 참변, 빨치산, 공산주의와 연결시켰다가 국방부 출입기자들로부터 강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관련기사 : 국방부에 분노한 기자들 "부끄럽고 천박"... 영구박제 되다 https://omn.kr/25f8a).
 
▲ 우원식 “홍범도 흉상 이전, 독립운동 흔적 지우고 친일파 나라 만들겠다는 것” ⓒ 유성호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의원은 "이 정권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며 "독립운동 흔적을 지우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하고, 국군의 뿌리인 독립군과 광복군을 없애 친일파들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건국절 논란과 똑같다"고 평했다.

우 이사장은 "당시에는 남북 대립도 없었고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도 없었다"며 "그때 있었던 대립은 식민지를 만들려는 제국주의와 뺏긴 나라 찾으려는 민족주의의 대립이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까지 던지는 사람들이 못 할 일 뭐 있겠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을 지금의 시점에서 이념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역사 쿠데타"라고 일갈했다.

이종걸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회장은 "그동안 보수의 많은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에게 훈장을 서훈하거나(박정희) 홍범도 장군의 이름을 따 잠수함 이름을 붙여줬고(박근혜), 대한민국 영웅이라는 말에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는 왜 당내에서도 상당한 반발에 부딪히며 과유불급하나"고 지적했다.

박덕진 시민모임 독립 대표는 "조선 중기 이후 노론은 주자학을 절대 이념으로 내세우며 다른 유교에 대한 이념을 사문난적이라 몰아붙였다"면서 "제2의 사문난적 사태가 21세기 대명천지에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려고 2년 전에 홍범도 장군을 카자흐스탄에서 모셔 왔냐"며 "육사 교장과 국방부 장관은 이런 사태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지라. 그 둘의 파면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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