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하원, 대만 '독립국가' 첫 언급…中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하라"

영 외무장관 5년 만에 방중한 가운데 나온 보고서

영국 외무부 장관이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가운데 영국 하원이 대만을 처음으로 '독립 국가'로 공식 언급했다. 중국 외교 당국은 곧바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라"며 반발했다.

30일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채택한 보고서를 통해 '대만은 이미 중화민국이라는 국명을 사용하는 독립 국가'라고 규정했다. 외교위는 대만이 영구적인 인구와 정의된 영토, 정부,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등 이미 국가로 볼 수 있는 모든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서 국제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부 장관(사진 왼쪽)과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이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위원회는 또 영국 정부가 대만을 지지할 만큼 대담하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90%를 공급하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행동과 경제 봉쇄를 막기 위해 정부가 동맹국들과 함께 제재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국이 사이버·우주 방위 능력 관련 삼국 협력체제 구축을 위해 일본, 대만과 협력해야 하며 대만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중 전략을 공개한 독일처럼 영국 정부도 공공과 민간 부문이 따를 수 있게 이를 공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앨리시아 키언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폴리티코에 영국 의회 보고서가 대만을 독립 국가로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외교위는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입장을 알고 있지만 이를 수용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동시에 "외교위는 영국적 가치뿐만 아니라 폭력이나 강압으로 주권을 얻을 수 없다는 전 세계 독재 국가에 대한 메시지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하원 외교위 보고서는 영국 외무장관이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제임스 클레벌리 외무부 장관은 이날부터 왕이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 중이다.

영국은 이전 총리인 보리스 존슨과 리즈 트러스 시절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됐으나 지난해 10월 리시 수낵 내각이 들어선 이후 관계가 다소 개선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랜만에 이뤄진 방중에서 영국이 중국의 인권 상황을 직접 거론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클레벌리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 등의 인권 문제를 화두에 올리겠다는 뜻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이날 하원의 보고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며 크게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은 분할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은 공인된 국제관계 준칙이자 중국, 영국 관계의 정치적 기초"라며 "영국 의회의 관련 보고서는 시비가 전도된 것이고, 흑백이 섞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왕 대변인은 "중국은 영국 의회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며,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발신하는 일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면서 "영국은 대만 문제에 관해 했던 정치적 약속을 이행해 중·영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