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 1차 급여 확대 첫 고비 넘었다
경쟁약 AZ '타그리소'와 동일선상
이르면 연내 급여 확대도 기대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이 빠른 1차 치료 급여 확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르면 연내 급여 확대도 가능할 전망인 가운데 경쟁약인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넘는 데 무려 5년이나 걸렸던 첫 문턱인 암질환심의위원회를 단 한번에 통과하며 이제 타그리소와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0일 2023년 제6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암환자에게 사용되는 약제에 대한 급여기준을 심의한 결과 렉라자의 1차 치료 급여 확대를 위한 급여기준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오스코텍이 개발한 렉라자는 2021년 1월 국내 31호 신약으로 상피성장인자수용체(EGFR) T790M에 변이가 발생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로 허가받았다. 이후 지난 6월에는 EGFR 엑손(exon)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불과 두 달여 만에 건보 급여 적용을 1차 치료까지 확대하기 위한 본격적인 첫 걸음을 떼게 됐다.
반면 경쟁약인 타그리소는 2018년 일찌감치 식약처로부터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음에도 지난 3월에야 비로소 무려 5수 만에 암질심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 상태다. 항암 치료제는 암질심 이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을 모두 거쳐야 급여 적용이 가능해지는데 아직 타그리소는 지난 3월 이후 약평위도 통과하지 못한 만큼 사실상 두 약이 5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같은 출발선상에 서게 된 셈이다.
타그리소의 연내 급여 적용이 점차 불투명해지는 가운데 유한양행은 현재 렉라자의 1차 치료에 대한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를 진행 중이다. 렉라자의 1차 치료 대상인 환자에게 2차 치료 요법 보험 약가 기준 연간 7550만원인 렉라자를 무료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직 1차 치료 급여가 적용 중인 3세대 EGF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약물이 없는 만큼 원하는 환자들에게는 유일한 박사의 사회공헌 정신을 이어받아 무상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부산에서 첫 환자가 등록되면서 실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렉라자는 현재 이에 그치지 않고 렉라자와 얀센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의 병용 임상인 '마리포사(MARIPOSA)'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0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인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결과가 공개될 전망이다. 렉라자 단독 요법으로도 타그리소를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 20.6개월을 확인한 만큼 이를 뛰어넘는 결괏값을 확보해 병용요법을 통해 보다 확실하게 1차 치료 요법 전쟁에서 승기를 점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날 암질심에서 '백금 기반 화학요법 치료 중 또는 치료 이후에 질병이 진행된 EGFR 엑손 20 삽입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로 급여를 신청한 리브리반트는 급여기준이 미설정되면서 통과가 좌절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AZ도 다음달 9~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2023 세계폐암학회(2023 WCLC)에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가 생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타그리소와 시스플라틴 등 백금 기반 화학항암제의 병용 투여를 1차 치료요법으로 활용하는 '플라우라2(FLAURA2)' 임상 결과를 공개한다. 11일 기조세션(plenary session)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암질심에서는 리브리반트와 같은 적응증으로 급여를 신청한 다케다의 '엑스키비티(모소서티닙)'도 급여 기준 설정에 실패했다. 반면 한국로슈의 전이성 유방암·조기 유방암 치료제 '페스코(퍼투주맙·트라스트주맙)과 화이자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로비큐아(로라티닙)', 머크의 직결장암 치료제 '얼비툭스(세툭시맙)' 등은 신청한 급여 결정·확대가 통과됐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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