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해결되는가 싶던 광교산 송전철탑 이설 사업, 다시 덜컹

강희청 2023. 8. 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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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용인시장이 직접 문제 제기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의 한 아파트에서 바라본 송전철탑 모습. 오른쪽 위 작은 사각형 내 송전철탑 3개(노란색)가 공사 후에는 2개(붉은색)으로 정비된다. 이 중 철탑 1개 높이가 기존보다 40m 높아진다. 용인시 제공


경기도 수원특례시와 용인특례시 경계에 위치한 ‘광교산 송전철탑’ 이설 사업이 2010년 광교 A아파트 주민 민원이 제기된 지 13년만에 해결이 되는가 싶더니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광교산 송전철탑 이설 사업은 수원시 이의동~율전~동수원에 위치한 송전선로 3기를 철거하고 2기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2010년 수원시 이의동 A아파트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2011년 광교택지개발지구 공동사업시행자 회의를 통해 이설 추진 방향이 정해졌다. 새로운 송전탑 2기와 송전선로는 광교웰빙타운 시야에서 벗어난 용서고속도로 길마재 터널 너머에 설치된다. 철탑을 3기에서 2기로 줄이다보니 높이가 높아졌다. 사업시행사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2020년 보상 절차를 완료한 뒤 지난해 9월 수원시에 송전탑 이설 공사에 대한 실시계획 인가를 받고, 올해 6월에 개발행위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모두 완료했다. 9월 중으로 송전철탑 철거와 신설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웃 지자체인 용인시가 제동을 걸었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직접 나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이 시장은 지난 21일 GH가 용인시의 반대 입장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려 한다며 김홍일 권익위원장에게 중재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고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용인시 입장을 적극 설명했다.

이 시장은 “권익위는 2021년 송전철탑 이설 공사 문제와 관련해 ‘용인시 민원 해결을 위한 방안을 강구한 이후에 공사를 진행하라’고 권고했음에도 GH는 권익위 권고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면서 “권익위가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용인시민의 우려를 해소하는 내용의 원만한 해법을 찾아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과거 권익위가 제시했던 권고 내용과 현재의 상황 등을 잘 살펴보고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원시는 경기도와 GH를 향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공사를 계획대로 진행하라는 입장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웃 지자체 시장까지 나섰으니 이를 존중해 일단은 권익위 판단을 받아보자는 복잡한 속내를 보이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30일 국민일보에 “2021년 당시 권익위 판단대로 사업시행자를 한국전력에서 GH로 바꿔 송전철탑 이설 사업을 진행하다 올해 6월 용인 지역 한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경기도와 GH에 ‘민원 때문에 2010년부터 진행된 사업을 중단할 수 있느냐’라고 말하고 있다”면서도 “용인시가 시장까지 나서 권익위 판단을 다시 받아보자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권익위 판단을 받고 결과에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송전철탑 이설 민원이 제기되고 2011년부터 수차례 열린 광교택지개발지구 공동사업시행자 협의회의에서 철탑이 높아지면 용인 성복동 일대 아파트 주민들이 조망권 등 민원을 제기할 수 있으니 이를 설득·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일관되게 말했다”면서 “결국 성복동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해 민원이 발생했으니 성복동 일대 주민의 민원사항을 충족하고 공사를 진행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공은 권익위에 손에 들어간 상황이다. 권익위가 얼마나 신속하게 현지 실사를 진행할 지 여부와 이를 바탕으로 어떤 권고를 할 지가 지역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수원시와 용인시는 송전철탑 이설 사업과 관련해 가능하면 협조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해당사자 주민들은 극한대결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광교 A아파트 주민들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송전탑 이설 공사를 해야 한다는 강경 분위기가 역력하다. 나아가 광교 전체 아파트로 확산해 단결하는 모양새까지 보이고 있다. 29일 이 지역 이오수 경기도의원과 A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광교 지역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망권보다 생존권이 우선이다. GH는 송전탑 이설 공사를 일정대로 조속히 진행하라”며 “공사 자재까지 준비된 현 시점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리려는 용인시의 꼼수를 광교 주민들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망권 하나로 공사가 지연된다면 십수년 동안 착공만을 기다려온 A아파트 입주민들과 광교 지역 주민들은 분노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납득할만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설을 진행하라는 용인 성복동 일대 아파트 주민들도 격앙되기는 마찬가지다. 성복동의 한 아파트 주민은 “A아파트 입주민들은 분양 시 철탑의 존재를 인지하고 시세보다 저렴한 평당 1100만원대에 분양을 받는 등 사실상 분양가 할인혜택을 받았다”면서 “우리 아파트 입주민들은 비슷한 시기에 평당 2000만원에 달하는 월등히 높은 분양가로 입주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A아파트 400여 세대의 조망권과 아파트 가격 상승을 위해 성복동, 신봉동 일대 4000여 세대의 조망권 훼손과 자산가치 하락을 감내하라는 것은 철저한 지역이기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복동 주민들은 ‘지역이기주의! 광교산 철탑 이전 결사반대’ ‘당신이 싫어하는 고압철탑, 누구에게 떠넘기려 하나’ ‘수원영통 400가구 웃음 뒤에 용인수지 4000가구 분노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도 걸기로 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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